트럼프, 베네수엘라 지상 공격 시사…CIA 비밀공작 승인

정의길 기자 2025. 10.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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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오고 있다”…정권 교체 시도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비밀공작을 승인했고, 지상 공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앙정보국(CIA) 비밀공작을 승인하고 지상 공격도 시사해, 정권 교체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비밀공작이 승인됐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정하며 “두가지 이유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그들이 감옥을 비워서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보냈고, 두번째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온 많은 마약이 있고, 베네수엘라 마약이 바다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금 지상을 살펴보는 것은 확실하다”며 “우리가 바다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력을 동원한 베네수엘라 지상 공격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수송선’이라며 베네수엘라 연안의 공해에서 두달 새 다섯차례나 선박을 공격해 2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확인하고 중앙정보국 비밀공작을 공식화한 것은 앞선 해상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지난달부터 카리브해에 군사력을 증강한 상황과 함께 놓고 보면 이 지역을 둘러싼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미군기지에 1만명의 병력이 주둔 중이고, 해병 기동분견대가 수륙 양륙함에서 대기하고 있다. 8척의 전함과 1척의 핵잠수함이 카리브해에 배치된 상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1월 출범 이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의 도움으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계획해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를 타도하는 정권 교체를 제안해온 루비오는 마두로가 ‘미국에 마약 수출을 하는 불법적인 지도자’라며,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반마약 캠페인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보수적 중남미계의 지지를 받는 루비오는 상원의원이었을 때인 2020년 대선 직전 베네수엘라 침공을 강력히 제안했으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력히 반대했다. 미국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베네수엘라 야당 정치인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쪽과 접촉하며, 정권 이양 계획을 논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망명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이 제안됐다고 한다.

트럼프 역시 1기 집권 때부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꾀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등으로 베네수엘라의 사회경제 위기가 고조된 2017년 “군사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 침공을 강력히 추천했다. 2019년 대통령 부정선거 시비로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이 자신을 임시정부 수반으로 일방 선언하자, 미국 등 서방은 그를 지지해 베네수엘라에서는 2개 정부가 병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미국 법무부가 마두로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한 것을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를 거점으로 한 국제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를 마두로가 조종하고 있다며, 마두로가 조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 미국에 대한 “비정규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월 미국 정보당국은 마두로가 트렌 데 아라과를 조종한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평가를 내놨고,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도 이를 확인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관리는 그 평가를 수정하라고 압박했고, 마이클 콜린스 국가정보위 의장은 해임됐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펜타닐 밀매의 본산이라고 거듭 주장하나, 미국 정부 기록에 따르면 멕시코가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다.

중남미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의 정권 교체 공작은 오랜 역사가 있다. 1954년 과테말라에서 하코보 아르벤스 구스만 당시 대통령을 타도하는 쿠데타를 사주해, 중미에서 몇십년간 지속되는 혼란을 불렀다. 1961년에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고 피그스만 침공을 공작하다 대실패로 끝났다. 1964년 브라질 쿠데타, 1973년 칠레 쿠데타, 1980년대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좌파 정부를 전복하려는 콘트라 반군 공작도 펼쳤다. 볼리비아에서의 체 게바라 사망도 중앙정보국이 사주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들이 미국을 분쟁으로 빠지게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진 섀힌 상원 외교위 의원은 “미국을 투명한 감독이나 명백한 지침도 없이 명확한 분쟁으로 더 근접시키고 있다”며 “미국인은 행정부가 군인들을 위태롭게 하고 정권 교체를 추구하면서 미국을 또 다른 분쟁으로 이끌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모든 정파의 대표들이 참가한 집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지에서 실패한 영원한 전쟁을 상기시키는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의한) 3만명의 실종을 상기시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쿠데타를 반대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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