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때 스마트폰 꺼내지 마세요…국제 휴대폰 절도 중심지 된 런던 [지구촌 TMI]
전기자전거 타고 거리에서 '날치기'
단속 한계 커…개인 차원 보안 당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들이 일제히 런던의 한 거리에 멈춰섭니다. 차에서 내린 경찰관들은 중고 휴대전화 매장 3곳에 돌진해 창고와 금고를 샅샅이 수색합니다. 찾아낸 물품은 현금과 문서 다발, 그리고 각종 휴대전화 기기들. 압수된 휴대전화 수백 대는 모두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 전역에서 펼쳐진 대대적인 도난 휴대전화 단속의 한 장면입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도난폰 수천 대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런던은 최근 몇 년 동안 휴대전화 절도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런던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 중 휴대전화 절도 비중은 약 70%를 차지합니다. 런던 경찰에 따르면 2023년 약 6만4,000건이었던 휴대전화 도난 건수는 지난해 약 8만 건으로 증가하면서 런던은 '유럽의 휴대전화 소매치기 절도 중심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복면을 쓴 채 전기자전거를 탄 절도범들이 행인이나 관광객들의 손에 들려 있는 휴대폰을 낚아채는 일은 이미 이곳의 일상이 됐습니다.

런던 경찰은 그동안 대부분의 휴대전화 절도 사건을 일부 개인의 범행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 여성이 '내 아이폰 찾기' 기능을 사용해 런던 히드로 공항 근처의 한 창고에서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수상한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창고 안에는 홍콩으로 출항할 예정인 물건들이 쌓여 있었는데, 상자 겉면에는 '배터리'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안에선 도난당한 아이폰 1,000여 대가 발견된 겁니다.
마크 개빈 런던 경찰청 수석 형사는 "이건 단순히 거리에서 발생하는 낮은 수준의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난폰 일부는 초기화된 후 영국 내에서 새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기들은 중국이나 알제리 등으로 밀수출되고 있습니다. 이미 런던 내 휴대전화 절도 범죄가 대규모 '범죄 카르텔' 수준으로 접어든 겁니다.
중고폰 가게에서 세계 밀수 조직으로 연결
경찰은 휴대전화 절도가 "도시에서 시작해 세계로 확장되는 범죄 사업 모델의 일부가 됐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선 최신형 휴대전화 한 대가 최대 5,000달러(약 709만 원)에 판매될 수 있어 범죄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줍니다. 범죄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랫 단계에 있는 도둑들은 휴대폰 기기 한 대당 최대 300파운드(약 57만 원)를 벌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의 하루 최저임금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액수입니다.
어디서든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공유형 자전거'가 대중화하면서 도둑들을 체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런던에서 약 10만6,000대의 휴대전화가 도난당했지만, 기소되거나 경찰의 단속을 받은 사람은 단 495명에 불과했습니다. 도로 교통 체증이 심한 런던의 도시 특성상 추격이나 상시 단속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에밀린 테일러 시티 세인트조지 런던대 범죄학과 교수는 "경찰이 휴대전화 도난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상습범들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경찰은 불법 거래 범죄 네트워크를 해체하기 위해 가장 하위 단계인 휴대폰 도난범에 대한 검거율부터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휴대폰 사용자 개인에게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점점 더 값비싸지고 있는 반면, 대부분 사람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무방비하게 휴대폰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런던에 여행을 갈 땐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여다 보지 말아야겠습니다. 누구든 도둑의 표적이 될 겁니다. 로렌스 셔먼 케임브릿지대 범죄학과 명예교수는 "길거리에서 돈을 꺼내 세는 사람은 없다"면서 "당신이 1,000파운드(약 190만 원)짜리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다면, 그것은 지갑에서 이 돈을 꺼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습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20029000147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21238000569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01256000074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513000004315)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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