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내고도 망했다고? '마이 유스'의 감성과 깊이를 다시 보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5. 10. 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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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유스’, 인간은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JTBC 금요드라마 <마이 유스>의 박시현 작가는 그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섬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아역 배우로서 스타덤에 오르지만, 그것이 독이 되어 사기에 휘말리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엄마는 자살하고 아빠는 아이를 버린다. 혼자 몸으로 버텨내기도 힘든 삶. 철없는 아빠는 그 삶에 또 다른 돌을 얹는다. 배다른 동생을 맡기고 도망치듯 떠난 것. 버림받았지만 자신은 아빠처럼 비겁하게 버릴 수 없다는 오기로 동생을 키워냈고 그 모진 삶을 버텨 작은 꽃집 하나를 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 그가 바로 선우해(송중기)다.

한 인물에게 어린 시절부터 성장한 후까지 이토록 깊은 상처와 책임감을 돌처럼 얹어놓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거꾸로 보여주기 위함일 게다. 상처로 사람을 쉽게 믿기도 어렵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기도 어려운 이 인물은 오로지 그 선한 마음 하나로 모진 삶을 버텨나간다. 그런데 그 주변을 보면 의외로 드러내지 않고 그를 돕는 인물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방치됐던 해를 이웃집 건노(윤병희)와 그 어머니는 보살펴줬고, 아버지 선우찬(조한철)이 재혼한 김필두(진경)의 아들 김석주(서지훈)는 형제처럼 해와 함께했다. 짐처럼 떠맞게 됐던 누리(최정운)도 해가 버텨낼 수 있게 한 힘이었다. 덜 힘들게 자신을 버리라고 그 어린 아이가 말했을 때 해는 그 아이가 진짜 자신의 가족이라는 따뜻함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모진 세상과 벽을 쌓고, 대신 가까운 따뜻한 몇몇 사람들 속에서 화초처럼 버텨내던 해의 삶에 성제연(천우희)이라는 햇살이 비쳐들며 변화가 생겨난다. 제연은 해가 그 힘들던 고교시절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햇살 같은 존재였다. 그때 이후 해는 제연을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지만, 해가 그 힘든 시간들을 숨쉴 수 있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제연이 보여줬던 그 구원 같은 밝은 빛 때문이었다. 다시 만난 그들은 속내를 숨긴 채 쿨한 척 하지만 해는 오래 전부터 제연이 그리웠고, 제연 역시 해가 궁금했다.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는지.

첫사랑의 열병을 지나 세월이 흐른 후 재회한 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해가 겪은 비극적인 삶의 끝단과 그래서 세상과 등진 그를 끝내 사랑의 빛으로 끌어내는 제연의 이야기는 사랑의 차원을 넘는 사람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그 힘겹던 시절도 모자라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병이 시시각각 죽음의 그림자로 다가오는 해의 상황은 또 한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가를 제연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눈 내리는 어느 날 서로의 손을 꼭 쥐고 호호 불어주는 제연과 해의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춥디 추운 계절이지만 가진 것 없어도 그렇게 서로의 손을 쥐고 따뜻한 입김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널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났더라도 난 돌이키지 않았을 거야. 돌이킬 수 없었을 거야. 이 마음을." 해가 그렇게 말하자 제연은 이렇게 답한다. "끝까지 가자." 이것이 죽음 같은 고통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는 인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혹자는 1%대 시청률을 말한다. 그래서 쉽게 '망한 드라마'라고. 하지만 시청률과 그 드라마의 가치가 비례하던 시절은 이제 지난 지 오래다. '마이 유스'는 요즘처럼 속도에 경도된 것처럼 팽팽 돌아가는 드라마들과 달리, 천천히 물을 주어 꽃을 피워내는 그런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드라마다. 게다가 드라마틱한 극적 사건들보다는 일상의 오고가며 마주치는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파문들에도 귀를 기울이는 작품이다. 느린 데다, 극적인 전개가 펼쳐지지 않지만, 그 속도에 몸을 맡기고 박시현 작가 특유의 문학적인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들을 음미하다 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이 작품만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결코 함부로 망했다 폄하할 드라마가 아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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