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미국 보잉사 상대 소송···“낡은 시스템이 참사 불러”

우혜림 기자 2025. 10.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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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14명을 대리해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허만 법률그룹의 찰스 허만 변호사가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Boeing)사를 상대로 국제소송에 나섰다.

유가족 측은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잉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 14명의 유가족 28명은 전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킹스카운티 법원에 보잉사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위싱턴주는 보잉 항공기가 제조·판매된 곳이다.

유가족은 사고 당시 여객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때 착륙에 필요한 항공기 장비에서 결함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착륙할 때 속도를 낮추는 항공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고 조종사들이 좌측 엔진을 멈추고 즉시 소화기를 작동시켰으나 발전기와 배터리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소장에 적었다.

유가족을 대리하는 찰스 허만 변호사는 “보잉은 1968년 제조된 첫 737기종부터 2009년 제조된 이번 사고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전기발전 시스템 등을 현대 기술로 바꾸지 않았다”며 “보잉의 낡은 전기 시스템은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고 보잉은 이윤을 좇느라 경고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이다.

유가족 측은 특히 항공기가 착륙할 때 사용하는 바퀴와 충격 흡수 장치인 랜딩 기어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엔진의 힘을 역방향으로 작용하게 해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장치(Thrust Reverser)’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봤다. 사고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랜딩기어와 역추진장치만 잘 작동했어도 사고 규모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허만 변호사는 “DNA 검사 결과 여객기에 부딪친 새는 무게가 약 1파운드(0.45㎏)인 가창오리였다”며 “미국 연방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은 1파운드 무게의 새가 최대 4마리가 빨려 들어가도 추력이 7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소송 시스템은 피고에게 증거를 제시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밝혀질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조류 충돌로 기체 이상이 발생해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방위각 시설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전남경찰청 등은 사고 원인과 책임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전문가들이 주목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4가지···“해답은 기체에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301713001


☞ “새를 간과한 공항, 안전은 없다”···무안공항 참사는 뭘 남겼나
     http://khan.co.kr/article/202509280800021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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