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조3800억 재산분할' 뒤집기 성공... "불법 비자금, 노소영 기여 아냐"
①SK 주식 포함 분할 비율 다시 따져야
②이미 증여 주식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
③'역대 최대'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돼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로 법조계와 재계의 이목이 쏠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1년 5개월간 심리 끝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부부 재산 형성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항소심의 위자료 20억 원 지급 명령에 대한 최 회장의 상고는 기각됐고, 이혼 청구 부분도 사실상 확정됐다.
상고심 쟁점은 크게 세 갈래였다. ①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 공동재산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노 관장은 "혼인기간 30년 동안 유·무형의 기여를 해왔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절반을 요구했다. 최 회장에게 반소를 청구한 2019년 기준 약 1조3,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최 회장은 그러나 "주식은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며 노 관장이 SK그룹 주식 형성과 가치 상승에 도움을 준 게 없다고 맞섰다. 특유재산은 결혼 전부터 부부 일방이 가진 고유재산이나 상속·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이혼 시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심은 최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가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000만 원으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현재 보유한 SK그룹 주식의 근간이라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1심은 일부 계열사 주식, 현금 등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최 회장에게 665억 원 지급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애초 SK그룹이 사돈인 노 전 대통령 덕에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선경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에 쓰였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노 관장 몫 재산을 1조3,808억여 원으로 대폭 늘렸다.
최 회장 측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에 최종현 전 회장의 생존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제출하며 뒤집기에 전념했다.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에 더해, 설령 300억 원이 SK그룹에 전달됐더라도 불법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폈다.
대법원은 최 회장 측 상고에 일리가 있다고 봤다. 불법적으로 쌓은 재산을 타인에게 준 경우엔 관련 이익의 반환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민법 논리를 적용했다. 비자금 300억 원 지원을 사실로 인정해도, 국가의 추징을 방해한 노 관장에게 유리한 기여분으로 참작할 수 없단 것이다.

②최 회장이 2012~2018년 친인척 등에게 증여한 주식 등 약 1조1,116억 원어치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도 판단이 갈렸다. 판례상 재산분할액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따지지만, 이전에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게 아니고 소비·은닉한 재산도 ‘있는 재산’으로 추정 계산한다.
앞서 항소심은 최 회장의 주식 무상증여 등이 "노 관장의 동의 없이 최 회장이 친족들에 대한 보답이나 보상 등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최 회장이 실제 갖고 있지 않은 1조1,116억 원까지 최 회장 재산에 편입시켜 재산분할 규모를 모두 4조 원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과거 최 회장의 행위는 부부 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1조1,116억 원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상증여 등 덕분에 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승계할 수 있었고, 부부 재산 증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③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위자료 청구는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통상의 관례에 따라 노 관장의 청구액 3억 원 중 1억 원을 인용했다. 항소심은 반면 "재산 상태와 경제 규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며 노 관장이 증액 청구한 30억 원 중 20억 원을 인용했다.
범죄 사망 피해가 아닌 이혼과 관련한 정신적 손해배상에서 1억 원이 넘는 위자료가 인정된 것을 두고 법조계는 술렁였다. '재벌의 정신적 고통은 더 큰 것이냐'는 논란도 일었으나, 별도 소송에서 패소한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20억 원을 지급하며 사실상 확정됐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소송 결과에 반색했다. 이재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항소심 판단)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 인정'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의 억측이나 오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 관장 측 대리인들은 대법원에 출석하지 않았고,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판결로 2017년 7월 본격화한 '세기의 이혼소송'은 한 번 더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한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 및 동거녀의 존재를 언론을 통해 드러내며 이혼을 예고했다. 노 관장은 이에 "가정을 지키겠다"며 합의를 거절했으나, 2019년 12월 맞소송을 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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