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조3800억 재산분할' 뒤집기 성공... "불법 비자금, 노소영 기여 아냐"

최다원 2025. 10.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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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
①SK 주식 포함 분할 비율 다시 따져야
②이미 증여 주식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
③'역대 최대'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돼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로 법조계와 재계의 이목이 쏠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1년 5개월간 심리 끝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부부 재산 형성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항소심의 위자료 20억 원 지급 명령에 대한 최 회장의 상고는 기각됐고, 이혼 청구 부분도 사실상 확정됐다.

상고심 쟁점은 크게 세 갈래였다. ①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 공동재산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노 관장은 "혼인기간 30년 동안 유·무형의 기여를 해왔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절반을 요구했다. 최 회장에게 반소를 청구한 2019년 기준 약 1조3,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최 회장은 그러나 "주식은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며 노 관장이 SK그룹 주식 형성과 가치 상승에 도움을 준 게 없다고 맞섰다. 특유재산은 결혼 전부터 부부 일방이 가진 고유재산이나 상속·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이혼 시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심은 최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가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000만 원으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현재 보유한 SK그룹 주식의 근간이라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1심은 일부 계열사 주식, 현금 등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최 회장에게 665억 원 지급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애초 SK그룹이 사돈인 노 전 대통령 덕에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선경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에 쓰였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노 관장 몫 재산을 1조3,808억여 원으로 대폭 늘렸다.

최 회장 측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에 최종현 전 회장의 생존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제출하며 뒤집기에 전념했다. 300억 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에 더해, 설령 300억 원이 SK그룹에 전달됐더라도 불법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폈다.

대법원은 최 회장 측 상고에 일리가 있다고 봤다. 불법적으로 쌓은 재산을 타인에게 준 경우엔 관련 이익의 반환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민법 논리를 적용했다. 비자금 300억 원 지원을 사실로 인정해도, 국가의 추징을 방해한 노 관장에게 유리한 기여분으로 참작할 수 없단 것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②최 회장이 2012~2018년 친인척 등에게 증여한 주식 등 약 1조1,116억 원어치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도 판단이 갈렸다. 판례상 재산분할액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따지지만, 이전에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게 아니고 소비·은닉한 재산도 ‘있는 재산’으로 추정 계산한다.

앞서 항소심은 최 회장의 주식 무상증여 등이 "노 관장의 동의 없이 최 회장이 친족들에 대한 보답이나 보상 등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최 회장이 실제 갖고 있지 않은 1조1,116억 원까지 최 회장 재산에 편입시켜 재산분할 규모를 모두 4조 원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과거 최 회장의 행위는 부부 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1조1,116억 원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무상증여 등 덕분에 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승계할 수 있었고, 부부 재산 증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③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위자료 청구는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통상의 관례에 따라 노 관장의 청구액 3억 원 중 1억 원을 인용했다. 항소심은 반면 "재산 상태와 경제 규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며 노 관장이 증액 청구한 30억 원 중 20억 원을 인용했다.

범죄 사망 피해가 아닌 이혼과 관련한 정신적 손해배상에서 1억 원이 넘는 위자료가 인정된 것을 두고 법조계는 술렁였다. '재벌의 정신적 고통은 더 큰 것이냐'는 논란도 일었으나, 별도 소송에서 패소한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20억 원을 지급하며 사실상 확정됐다.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대리인인 민철기(왼쪽)·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 측은 이날 소송 결과에 반색했다. 이재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항소심 판단)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 인정'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의 억측이나 오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 관장 측 대리인들은 대법원에 출석하지 않았고,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판결로 2017년 7월 본격화한 '세기의 이혼소송'은 한 번 더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한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 및 동거녀의 존재를 언론을 통해 드러내며 이혼을 예고했다. 노 관장은 이에 "가정을 지키겠다"며 합의를 거절했으나, 2019년 12월 맞소송을 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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