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년 넘게 英 정부 전산망서 기밀 탈취”…스타머 대중 정책 ‘적신호’
비밀 등급 3단계 중 2단계 이상 정보 탈취된 것으로 나타나
간첩 기소·런던 중국 대사관 사태 맞물리며 논란 커져
英 정보기관, “간첩 주의” 이례적 경고…1년간 사이버 공격 50% 이상 증가
중국 정부가 영국 정부의 기밀 전산망을 해킹해 지속적으로 기밀을 탈취해왔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전·현직 영국 안보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 측 행위자들은 10년 이상 영국 정부 보안망에 침입해 민감도 높은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중국이 영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관련한 비공개 문서와 고위 인사의 개인 통신 자료, 외교 전문 등에 접근해 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중국의 해킹 시도는 끝이 없었다”고 표현하면서도 가장 민감한 ‘최고 비밀(top secret)’ 건에 대한 유출은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기밀문서 등급은 ▲공식(official) ▲비밀(secret) ▲최고 비밀(top secret) 등 세 단계로 분류된다. 정부에 따르면 ‘비밀’ 등급 이상의 정보가 유출될 시 국가 군사력과 국제 관계, 중대 범죄 수사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작금에 중국이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 또한 ‘비밀’ 단계에 해당한다.
이번 사태는 앞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도미닉 커밍스가 일간 매체 더타임스에 “중국이 영국 정부의 비밀 전산망을 해킹, 방대한 양의 ‘극도로 비밀스럽고 외국이 통제하면 위험한 자료’를 탈취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여기에 전임 리즈 트러스 및 리시 수낙 행정부에서 안보장관을 지낸 톰 투겐햇 또한 “커밍스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파장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 소식통은 보도 내용에 반박했으나, 일각에선 런던에 소재한 한 데이터센터를 기밀 유출의 통로로 지목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보수당 집권기 시절 민감한 정부 데이터를 저장하던 시설로, 이후 중국과 연계된 기업에 매각된 바 있다. 매각 당시 보안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일시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폐쇄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으나, 결국 다른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안은 결론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더타임스는 “최고 비밀까지 (중국 측에) 노출됐다”고 전했으나, 영국 정부 대변인은 “가장 민감한 정보와 시스템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반박한 상태다.
특히 폭로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대중(對中) 정책을 두고 정치적 압박에 놓인 상황에서 더 큰 파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는데, 최근에는 정부가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취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앞서 영국 검찰은 지난 7일 중국을 위한 간첩 혐의로 붙잡힌 영국인 남성 2명에 대한 기소를 철회했는데, 이에 야당인 보수당은 스타머 총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정치 공방을 벌였다. 아울러 중국이 런던탑 인근 구 왕립 조폐국 부지에 유럽 최대 규모 대사관 건립을 추진,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13일 영국 국내 정보기관 MI5는 의회 의원들에게 “중국, 러시아, 이란 스파이가 국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정치인들에 접근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사이버보안국(NCSC)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심각한 수준의 사이버 공격은 약 50% 증가했으며, 중국은 ‘가장 빠르게 위협이 되는 국가(pacing threat)’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이버 공격을 넘어 영국의 안보 체계 전반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한 전직 정보 당국자는 “중국의 사이버전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일부”라며 “영국은 지금 대응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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