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부담 던 SK그룹…지배구조 개편 가속화

박혜원 2025. 10. 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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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경영 불확실성 일단 해소
SK㈜ 지분 ‘특유재산’ 재판단 변수
103조원 AI투자…사업 재편 속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은 2심이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이날 대법원의 결정으로 최 회장 지분 매각에 따른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던 SK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파기환송심 결론은 최 회장에 보다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파기환송 취지가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는 데 있는 만큼, 2심이 최 회장 재산분할금을 책정했던 주요 쟁점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300억원 지원했다 하더라도 뇌물”…역대 최대 재산분할 부담 덜어=그동안의 쟁점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실제로 유입됐다는 근거의 제시 여부였다. 항소심 판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되는 등 회사 성장에 노씨 일가가 유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됐지만, 비자금이 SK로 들어왔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원심은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씨 자필 메모과 약속어음만으로 300억원 전달 사실을 인정했으나 자금 전달에 관한 구체 사실 관계는 파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의 하나 유입됐다 하더라도 1992년 기준 자산 8조6000억원을 보유한 재계 5위 SK그룹에 300억원이 미친 영향을 크게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게 중론이었다.

아울러 불법 비자금이 상속증여세 없이 1조4000억원의 막대한 금액으로 전환돼 후손에게 넘어갈 경우 시대적 관점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날 대법원도 이를 참작했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재산분할액수는 변수=하지만 SK로서도 재판이 최종 마무리된 게 아니라 끝까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이 얼마나 내려가는지에 그룹의 지배구조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주식으로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SK㈜ 주식 127만5472주(17.9%)과 비상장사 SK실트론 1970만1000주(29.4%)가 매각 대상으로 유력하다. 비상장사인 SK실트론 매각만으로 재산분할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지배력에 문제가 없지만, SK㈜ 주식까지 건드려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없다. 최 회장의 SK㈜ 지분은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더라도 25%대로 높은 ‘상태다.

SK실트론은 지난 연말 일찍이 매물로 나왔으나, 단독 협상 대상자인 한앤컴퍼니와 매각자 선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심 재판부는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7500억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SK실트론이 최 회장이 최대 주주가 아닌 데다 지배구조가 복잡해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5년간 103조’ AI 투자 촉각=이혼 소송이 SK그룹의 AI 투자 계획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최대 관심사였다. 올해 SK그룹은 SK하이닉스에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대부분을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AI 데이터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SK그룹은 2년여에 걸친 리밸런싱 작업으로 재무건전성도 강화해왔다. 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2023년 134% 수준이었던 부채 비율은 올해 상반기 103%로 줄었다. 지난 연말 매물로 나온 SK실트론 매각을 마지막으로 그룹 리밸런싱은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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