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한걸음 내디뎠더니, 그 잿빛 시멘트가 ‘쉼’을 권했다”… 제주공항,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만든 ‘감귤빛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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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소음 한가운데, '정지'의 감각이 생겼습니다.
제주국제공항 1층 야외쉼터에 자리한 감귤빛 벤치 세 점.
건설기초소재 전문기업인 삼표그룹은 제주국제공항 1층에 조성된 다목적 야외쉼터 'HELLO JEJU'에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로 제작한 벤치를 설치·기부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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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소음 한가운데, ‘정지’의 감각이 생겼습니다.
제주국제공항 1층 야외쉼터에 자리한 감귤빛 벤치 세 점.
시멘트와 ‘앉는 법’이 처음으로 한몸이 된 순간을 마주합니다.
건설기초소재 전문기업인 삼표그룹은 제주국제공항 1층에 조성된 다목적 야외쉼터 ‘HELLO JEJU’에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로 제작한 벤치를 설치·기부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떠나는 이에게는 이별의 시간, 도착하는 이에게는 환영의 공간이 되며 공항이라는 거대한 이동의 장소에 ‘머무름’이라는 기능이 새로 담겼습니다.
■ 산업재가 감정을 흡수하는 방식
UHPC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최대 10배 높고, 수명이 길며 두께는 훨씬 얇습니다.
그러나 이 재료가 진짜 혁신적인 이유는 ‘강도’가 아니라 ‘감도’입니다.
철근의 양을 줄이고, 재료를 덜 쓰면서도 같은 구조를 지탱합니다.
이 절제된 물성은 환경 부담을 낮추는 대신 공간의 감각을 높입니다.
감귤빛으로 채색된 시멘트 표면은 더 이상 회색의 산업재가 아니라 빛과 바람, 사람의 체온을 반사하는 감각적인 재료로 변했습니다.
시멘트는 이제 ‘버티는 재료’에서 ‘기억하는 재료’로 진화했습니다.
누군가 앉았다 일어나면, 그 체온이 한동안 남습니다.
■ 공항의 처음, 마지막 장면을 디자인하다
이번 벤치는 제주공항이 최근 조성한 다목적 공간 ‘HELLO JEJU 야외쉼터’의 일부로 설치됐습니다.
이곳은 자전거 여행객이 짐을 조립하고 단체여행 팀이 모이며, 비행 전후 여객이 머무는 잠시의 쉼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습니다.
이 벤치는 일상 속 가구가 아닙니다.
공항의 마감선을 다듬는 디자인이자, 제주의 첫 감정을 시각화한 오브제입니다.
공항의 차가운 철제 구조물 사이에서 감귤빛 시멘트는 섬의 색, 햇살의 결,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을 되살립니다.

■ 시멘트의 윤리, 친환경의 철학
UHPC는 같은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시멘트와 철근의 사용량을 줄이는 구조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덜 쓰고도 더 오래 남는 방식, 그것이 현대 산업의 새로운 윤리입니다.
삼표그룹은 2020년부터 UHPC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벤치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와 청계천, 그리고 제주까지,
도시마다 다른 풍경 속에서 시멘트는 점점 ‘사람의 재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용재 삼표그룹 사회공헌단 상무는 “제주국제공항에 설치된 UHPC 벤치가 시민과 관광객에게 편안한 쉼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공항’이라는 공공의 얼굴
공항은 도시의 첫인상이자 마지막 기억입니다.
‘HELLO JEJU 야외쉼터’는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며 공공디자인이 여행의 감정선을 어떻게 매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장세환 제주공항장은 “이번 야외쉼터 조성을 통해 제주공항 외부 유휴 공간을 여객 친화형 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면서, “다양한 목적의 여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 쉼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멘트는 더 이상 무표정한 산업의 언어가 아닙니다.
제주공항은 잿빛 재료로 감귤빛 정서를 만들었고 그 한 줌의 빛이 ‘공공’의 얼굴을 새로 썼습니다.
잿빛 시멘트가 쉼을 속삭이는 순간, 이 도시는 잠시 기능을 멈추고 잊었던 감각을 반추합니다.
벤치는 조용히 전합니다.
‘공공’이란 제도보다 가까운 온기, 가장 물질적인 방식의 다정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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