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이정선 "음악에서 중요한 건 자신만의 개성"

조성진 기자 2025. 10. 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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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기타리스트‧편곡자 및
히트곡메이커(작곡)‧교육자‧출판인까지
남다른 서사의 거장 음악가
오랜만에 ‘신촌블루스 40주년’ 무대 함께
여전히 곡쓰기와 기타 연습 매진
솔로 및 ‘통소리’ 팀 활동 병행
“두툼‧묵직한 소리 선호”
“기타에 왕도 없어…자기에게 맞는 방법 찾아야”
“이스트만 기타는 내 취향과 잘 맞아”
“내게 있어 음악은 곧 삶(생활)”
무협만화 애호가이기도
사진제공=이정선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 히트곡메이커(작곡) 및 편곡자, 교육자, 출판인 등 이정선(74)의 행보는 남다르다.

자신이 직접 부른 곡 외에도 이광조의 '오늘같은 밤'을 비롯해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 한영애, 정종숙, 남궁옥분, 선우혜경 등 많은 가수의 히트곡을 작곡했다. 뿐만 아니라 최백호, 양희은, 양희경, 전인권, 정태춘, 조하문, 박은옥, 최병걸, 한돌 등 많은 유명 가수의 편곡자로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예대에서 15년, 동덕여대에선 18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30년 넘는 교수 활동을 하며 주목할만한 제자도 많이 배출했다.

'이정선 음악사'라는 음악 전문 출판사를 설립해 많은 교재를 출판하기도 했다. 한때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몇몇 음악 출판사를 위협할 만큼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국내 출판계의 열악한 여건상 파란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 그러나 이정선이란 존재의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게 한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정선은 정상의 음악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소위 이전 세대의 '원로급' 뮤지션들 중에선 최고의 학벌을 자랑한다. 서울대 출신인 이정선은 한양대 대학원에서 '실용음악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의 모색 : 전문대학 실용음악과정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 성균관대에서 '한국 대학 실용음악 교육제도의 발전과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장인일수록 매너와 겸손이 뭔지를 안다고 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만난 이정선은 여전히 유연한 마인드로 음악에 매진하며 장인의 덕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음악가였다.

신촌블루스 40주년 기념 공연. [사진제공=이정선]

지난 9월 서울 모처에서 신촌블루스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팀 창립자인 이정선과 엄인호가 실로 오랜만에 함께 한 무대라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신촌블루스는 이정선의 음악 인생에 있어 또 다른 세계다. 통기타(어쿠스틱기타)를 치며 노래하다가 한계를 느껴 변화를 꾀하려고 만든 팀이 신촌블루스였기 때문이다. 그가 일렉트릭 블루스에 빠져 활동할 때라 음악가 이정선의 서사를 더욱 두툼하고 각별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신촌블루스 활동 이후 엄인호와 함께 무대에 설 때가 거의 없었어요. 이번 공연의 경우 창립 40주년이란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된 거죠."

그는 새로운 조류에 유연한 편이다. 나이 70이 넘어 유튜브에 '이정선의 천천히 배우는 기타교실'이란 기타 채널을 개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새로운 매체가 주류인 시대에 우리도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다음 시대엔 또 다른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으며 그땐 또 거기에 적응해서 가듯 말이죠."

이정선의 유튜브 채널이 여타 기타 유튜버들과 다른 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은 많았지만, 끝까지 배우는 사람은 드물죠.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가르치는 선생님 때문이 아니냐고 제 나름의 결론을 얻게 됐어요. 그래서 가르치는 입장(선생)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채널을 진행해보고 싶었습니다. 1곡을 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는 콘셉트죠. 한마디로 일반 대중이 좀 더 쉽게 기타를 배울 수 있는 쪽에 중점을 두려고 했어요."

"기타를 배우는 데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책이건 유튜브건 또는 선생님한테 배우건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죠."

이정선이 음악에서 제일 중요하게 강조하는 게 바로 자신만의 개성(오리지널리티)이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할 때부터 이 점을 자신의 티칭 포인트로 여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는 솔로 활동 외에 '통소리'라는 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통기타의 '통'과 '소리'를 합친 '통소리'는 또다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악기 구성의 인스트루멘틀 팀이다. 이정선을 비롯해 김택윤(기타‧리코더), 박재형(만돌린‧기타), 김원중(크로마하프), 윤소영(베이스) 등 5인조다.

"리코더, 크로마하프, 만돌린 등 악기임에도 사람들이 악기로 잘 취급하지 않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주 중심의 팀입니다. 아이에서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음악을 하자를 창단 모토로 해 민요와 동요, 영화음악 등 멜로디가 예쁜 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있어요."

이정선은 여전히 곡 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곡이 100~200곡 이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의 소외를 다룬 묵직한 주제는 물론, 식사하러 갈 때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아무거나 먹자"에서 힌트를 얻은 '아무거나' 등 가벼운 주제의 곡까지 장르에 국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키핑' 중이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주제를 꾸준히 노래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녹음해 놓은 곡들도 꽤 많다. 그러나 막상 발표하려고 다시 한번 생각하면 고민하게 된다고.

"안 그래도 소리가 많은 세상인데 여기에 제가 소음을 하나 더 섞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예전처럼 앨범을 구매해 듣던 시대가 아니란 것도 발매를 망설이게 하죠. 음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뭘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래서 무대 활동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큰 무대보단 카페나 클럽 등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 비록 관객은 적지만 관객들과 1:1로 마주 보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의 무대를 좋아합니다."

사진제공=이정선

현재 이정선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등 40대 이상 기타를 소장하고 있다. 단지 전시용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속 바꿔가며 연주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는 콜트를 비롯해 깁슨, 마틴 등을 애용하는 편이다. 일렉트릭 기타는 최근 이스트만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저는 두툼한 소리를 좋아해요. 싱글코일보다 험버커 픽업을 선호하며, 그러다 보니 두툼한 소리를 내면서도 가벼운 기타를 찾던 중 이스트만 기타와 인연이 된 겁니다."

앰프는 펜더 트윈 리버브 등 주로 펜더 계열을 좋아하는 반면 마샬 앰프를 싫어한다. "묵직하게 가라앉는 소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마샬 앰프는 너무 쏘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저하곤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엔 다시 옛날(빈티지) 음악을 들으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소리가 날아가듯 가벼워졌어요. 묵직하게 가라앉는 소리를 들으려면 역시 옛날 음악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이펙터를 거의 쓰질 않는 편이다. 그 흔한 컴프레서나 딜레이, 코러스도 없이 오로지 오버드라이브 페달 하나만 사용한다. 오버드라이브 페달(꾹꾹이)만 15개 이상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드라이브 계열 외에 다른 이펙터는 너무 만든 소리를 내는 것 같아 쓰지 않고 있어요."

여전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한번 기타를 잡으면 손가락 아플 때까지 연습할 정도라고. 30분 연습 후 10분 쉬고 다시 30분, 10분 패턴으로 하고 있다. 요즘 그가 매진하고 있는 건 통기타로 플라멩코 기타 연습을 하는 일이다. 플라멩코 기타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스페인에 갔을 만큼 플라멩코 기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현지에서 플라멩코 기타를 배우며 전용 플라멩코 기타도 몇 대 사올 정도였다. 플라멩코 기타 주법이 통기타를 칠 때 알게 모르게 응용이 되곤 한다고 했다.

"플라멩코는 리듬 자체가 하나의 음악이므로 여러 가지 리듬을 연습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소리의 여운이 많으면 좋은 기타라고 하지만 플라멩코 기타는 다릅니다. 여운이 없어야 플라멩코 기타를 더 잘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음의 여운이 많으면 연주할 때 음들이 뭉개져 버릴 수 있습니다."

건강관리 "의자 놓고 앉았다 일어나기, 동네에 비치된 기구로 1시간 운동하기 등."

이정선은 만화를 좋아한다. 특히 무협 만화의 열혈 애호가다. "무협 만화는 패턴이 뻔해요. 그렇지만, 죽도록 연습해 무공의 도사가 되고 하는 등 이러한 과정이 음악을 하는 과정과 너무 비슷해 나도 모르게 빨려들게 됩니다."

음악인으로서 이정선은 전형적인 낙천주의자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고민해 본 적이 없고" 또한 "고민해서 될 것도 아니란 생각 때문에" 그냥 "즐겁게 살아가자"는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다.

"음악은, 결국, 살면서, 내가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게 있어 음악은 곧 삶(생활)입니다."

거장 음악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이정선은 웃으며 짧게 답했다.

"열심히 하세요. 딴생각 말고. (웃음)"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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