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년 전 사용후핵연료 부담금 올리려다 무산… 원전 관리비 현실화 언제쯤
두 배 인상 의결하고도 '없던 일'로
미룰수록 원전 지속성 되레 떨어져
비용 재산정 착수... "원칙 따라야"

윤석열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이하 부담금)을 두 배 넘게 인상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임시저장시설 운영과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위해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하는 적립금이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2년마다 재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정권에 따라 원전 정책이 급변한 탓에 10년 넘게 동결된 상태다. 사용후핵연료가 쌓여가고 있어 관리 비용 현실화가 시급하지만, 정치적 파장만 고려하다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 재정, 전기요금 걱정에...
15일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안)’에 따르면, 2023년 11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운용심의회는 경수로형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을 기존 다발당 3억1,981만 원에서 6억6,315만 원으로 107.4%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중수로형 원전의 부담금도 1,320만 원에서 1,352만 원으로 2.4% 인상했다. 부담금이 크게 오른 건 2013년 이후 동결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위원회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해 산출된 사용후핵연료 총 발생량과 물가상승률(1.91% 기준)을 적용해 안을 도출했다.
산업부는 재산정 결과를 반영해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절차를 시작했지만, 이후 최종 결정 단계인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당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법 통과 여부와 이후 상황에 맞춰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게 산업부와 기재부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가 부담금의 급격한 상승이 고준위 특별법 처리에 미치는 영향과 전기료 인상 부담에 대한 우려로 결정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인상이 계획대로 이행됐다면 한수원이 납부해야 할 부담금은 매년 약 3,500억 원 이상 늘었을 것으로 분석1된다. 현재 한수원이 내는 부담금은 연 8,000억 원 정도다.
2023년 방사성폐기물관리 비용산정위원회(산정위) 위원이었던 한 전문가는 “당시 논의 과정에서 비용 인상이 한수원은 물론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상황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산정위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 역시 2021년 대비 명목할인율이 상승하는 등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발생자(한수원)의 과도한 부담을 고려해 2009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동결했다.

"관리 부담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말아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조치가 되레 원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거듭 미루다가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부담금 현실화가 늦어지는 사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빠르게 차 2030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급격히 오른 부담금이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현재 부담금 산정 방식이 1980년대 외국 기술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최신 현황을 반영하는 현실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담금 재산정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번에도 50~100%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2월 고준위 특별법 국회 통과로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영구처분시설 건설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 비용도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원전 관리 비용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진행 중인 비용 재산정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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