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블랙리스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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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일하며 가장 송구한 마음이 들 때는, 취재원들이 처음 만난 기자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을 때다.
복지 분야를 취재하며 이처럼 '진심'인 현장 사회복지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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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일하며 가장 송구한 마음이 들 때는, 취재원들이 처음 만난 기자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을 때다. 사회복지사 A씨도 그랬다. 그는 힘 있는 목소리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신생아로 보육시설에 들어와 평생을 살다 자립을 앞뒀던 한 청년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제가 그 아이를 갓난아기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본 거예요. 더 이상 아이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사회복지사인 아동보호전담기관 직원도 그랬다. 그는 학대 아동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부엌칼을 휘두르거나 "애도 안 낳아본 게 뭘 아냐"고 하는 부모들의 악다구니를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일하고 있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묻자 "저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다만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라고 울먹였다.
복지 분야를 취재하며 이처럼 '진심'인 현장 사회복지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이 처한 근무 환경을 보면서는 '대체 2025년에 벌어지는 일이 맞는 건가'라며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된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행이 대표적이다. 같은 대학을 나왔거나, 같은 관내 법인장이나 기관장들끼리 '채용하지 말아야 할 사회복지사 명단'을 공유하는 것인데, 자신들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거나 심지어 괴롭힘을 못 견디다 그만둔 경우까지 이 명단에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은 남의 일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다는 건 정말 아무 데서도 일할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각오한 뒤에서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시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 아니니, 시설 일은 시설이 알아서 해야 한다"며 모르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4일은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의 2주기였다. 15년간 청소년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해왔던 그는 지난 2023년 10월 4일 자신이 일하던 인천 연수구의 한 복지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대표의 괴롭힘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이렇게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복지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들이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다같이유니온은 지난달 1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노동자의 '진짜 사용자'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다"고 요청했다. 국민이 가장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온기를 전하는 이들에게, 정부가 응답해야 할 때다. 정책만, 예산만 늘릴 일이 아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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