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유공사, 외부 검증·기준 없이 문제의 액트지오 뽑아...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작부터 엉터리였다
업계 1위도 떨어진 기술 평가, 액트지오만 통과
사업 좌초에도 담당팀 승진·성과급
김정관 장관, 석유공사 공익감사 청구 지시
김한규 의원 "제3 업체 통해 경제성 재확인해야"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사로 액트지오를 선정하는 과정이 부실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별한 기준을 세우거나 검증을 꼼꼼하게 하지 않은 채 외부 인사들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이끄는 1인 기업 액트지오를 후보군에 올렸고 이 회사는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과 경쟁에서 비용을 더 싸게 써냈다는 이유로 입찰을 따냈다. 액트지오는 용역비로 40억 원 넘게 받았고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왕고래를 포함한 유망 구조 21개를 제시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근거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유망성이 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몰아주기 입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정황이다. 산업통상부는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석유공사에 대한 공익 감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체 선정한 11명에게 접촉해 가능성 물어

15일 한국일보 취재와 석유공사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호주의 세계적 자원 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2022년 3월 철수를 결정한 뒤에도 울릉분지 개발을 이어나가려던 석유공사는 2022년 여름 종합기술평가를 기획한다. 15년을 동해에 투자한 뒤 경제성이 없다며 철수를 선언한 우드사이드의 결정을 뒤집을 근거가 필요했던 때다. 그리고 기존 천해(얕은 바다) 위주에서 심해로 탐사 범위가 넓어졌으니 자원 개발 후보지로서 동해의 유망성을 새로 평가하고 시추해 가스전을 찾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석유공사는 자체 선정한 관련 인사 11인을 접촉했다. 특별한 기준이나 외부 검증은 없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공사가 정한 8개월 안에 종합기술평가를 하기 어렵다고 했고 아브레우 박사만 가능하다고 했다. 공사는 뒤늦게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3대 메이저 기업 슐럼버거·베이커휴즈·할리버튼에도 접촉했고 2022년 11월 이 회사들과 액트지오 측을 미국에서 만난다. 그마저도 추수 감사 시즌이라 슐럼버거, 할리버튼 측과는 화상으로만 대화하고 말았다.
석유공사 내부 감사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용역 업체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석유공사는 두 달 뒤인 2023년 1월 액트지오와 3대 메이저 회사 등 네 개 회사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에 나선다. 그런데 베이커휴즈는 참가하지 않았다. 이후 기술 평가에서는 슐럼버거와 액트지오가 통과했고 마지막 가격 평가에서 액트지오가 더 싼 비용을 써내 용역을 땄다. 이후 액트지오는 7개 유망구조를 찾아내 대왕고래를 시추 위치로 제안한다.

게다가 추가 유망성 평가를 하겠다며 실시한 2024년 4월 입찰에서는 슐럼버거·베이커휴즈·액트지오 중 액트지오만 기술평가를 통과한다. 갑자기 '심해 평가 책임자가 평가 경험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며 조건을 까다롭게 해버렸기 때문.
석유공사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시총 80조 원의 업계 1위인 슐럼버거가 통과하지 못한 점에 의구심을 가진다. 동해 개발 추진에 긍정적 평가 결과를 내놓을 업체를 뽑기 위한 보여주기식 절차 아니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차 용역에 따른 시추를 해보지도 않고 2차 평가 용역을 강행한 점도 비상식적"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아브레우 박사가 처음 접촉한 11인에 포함된 배경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석유공사 동해탐사팀장의 지도 교수가 아브레우 박사와 논문을 같이 쓴 인연이 있어서다. 이 지도 교수는 기술 자문단의 멤버로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를 검증했다.
사업은 고꾸라졌는데 관계자는 승승장구... 산업부, 감사 청구

부실한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호 국정브리핑 주인공이 됐고 정권의 힘을 받은 관계자들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이 사업을 총괄한 곽원준 부사장은 은퇴를 앞두고 임금피크제에 들어갔다2024년 8월 상임이사(E&P/에너지사업본부장)가 된다. 석유공사 역사상 유일한 사례다. 또 지난해에는 부사장 명함까지 받았다. 담당팀도 지난해 내부 성과 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그들이 이끈 프로젝트는 1,000억 원의 시추 비용만 남긴 채 '경제성이 없다'는 실패한 결과를 받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액트지오 선정 과정 등 주요 의혹 사항과 관련해 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도록 지시했다. 김 장관은 "시추가 한 차례 실패했다고 해서 개발 사업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한규 의원은 "액트지오 맞춤형 입찰 절차와 실패한 대왕고래 담당 부서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금이라도 제3의 분석업체에 교차 검증을 맡겨 경제성을 재확인한 뒤 추가적 동해 탐사 작업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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