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絃 위에서 들려온 시의 숨결… 천 번의 어둠 끝에서 길어 올린 生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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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1991년)에서 시각장애인 제자는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스승에게 별들은 어떤 모양이냐고 묻는다.
원작 소설에선 우리의 인생이 이 현과 같아서 삶의 목적은 허구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스톄성·史鐵生, '현 위의 인생'). 벼슬도 없이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간 시각장애인 시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 속 악사의 삼현금처럼 시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팽팽한 생명의 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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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1991년)에서 시각장애인 제자는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스승에게 별들은 어떤 모양이냐고 묻는다. 스승은 자신도 본 적이 없기에 하늘에 있는 폭포 같다고 했다가 돌 같기도 하다고 대답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어렵건만 다섯 살 때 눈이 먼 명말청초 당여순(唐汝詢·1565∼1659)은 추억 속 공간과 기억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여인의 향기’(1992년)에도 군대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은 퇴역 중령 프랭크가 나온다. 그는 볼 수 없지만 향수와 비누 냄새만으로 마주친 여성의 특성을 파악하여 자신을 보살피는 고학생 찰리를 놀라게 한다. 프랭크는 찰리에게 그 비결을 “작은 것을 종합하면 큰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영화 속 프랭크가 후각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파악했다면, 시인은 오로지 기억에 의지해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만들어 갔다. 시인은 형들이 시 낭독하는 소리를 듣고 암송해서 공부했다고 하는데(陳衎, ‘唐仲言·李公起’), 각고의 노력 끝에 당시(唐詩)에 대한 탁월한 해설서인 ‘당시해(唐詩解)’를 쓰기도 했다. 동시대 유명 문인이었던 종성(鍾惺)은 시인을 만나 본 뒤 글자의 형태조차 알지 못하는데도 해박한 주석을 작성한 것에 대해 경탄했다(‘贈唐仲言序’). 이수광이나 이규경 같은 조선 문인들도 ‘당시해’의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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