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이어… Z세대의 분노, 마다가스카르 정권도 바꿨다

원선우 기자 2025. 10. 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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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19일 만에 대통령 탄핵
14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Z세대 시위대가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프리카 동남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대규모 시위로 정부가 전복되고 해외로 도피한 대통령이 탄핵됐다. 지난달 네팔에 이어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붕괴된 두 번째 사례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무능에 분노한 Z세대의 시위 물결이 아프리카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14일 안드리 라조엘리나(51) 대통령 탄핵안을 전체 163석 중 찬성 130표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25일 Z세대의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 19일 만이다. 탄핵 직후 엘리트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 부대의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며 “의회를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군부는 “향후 2년 동안 입법·행정·사법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 기간 새 헌법을 제정하는 국민투표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14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청년들이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선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Z세대의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는 같은 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고,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지난 11일엔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한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군 헌병대와 경찰마저 시위대 쪽으로 돌아서면서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라조엘리나는 지난 13일 해외로 도피해 ‘의회 해산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해 버린 것이다. 라조엘리나는 2009년 35세에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당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정부 수반에 취임했던 인물이다. 2013년 대선에 불출마한 뒤 2018·2023년 대선에서 당선됐지만, 2009년의 정권 교체를 도왔던 군부의 외면 속에 물러나게 됐다.

라조엘리나의 도피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그가 프랑스의 본토 또는 해외 영토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랑스 국영 라디오 RFI는 “라조엘리나는 프랑스 시민권자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합의 후 수도를 떠났다”고 했다. 마다가스카르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고, 인근 여러 섬은 지금도 프랑스 지배를 받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정치 불안이 계속된 마다가스카르는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95달러(약 84만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이다.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유명하지만, 인구 3000만명 중 약 80%가 하루 2달러 이하 수입으로 살아간다. 최근 식량 부족과 기상 이변에 말라리아 등 전염병까지 겹쳐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다.

마다가스카르의 시위대는 “부패한 정부가 우리에게 교육 기회를 주지 않고 생계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며 “정부 관리와 그 가족들이 세금을 횡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Z세대의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마다가스카르 시위대도 만화 ‘원피스’의 해적 깃발을 들고 “네팔 등의 시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도 Z세대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나디아 페타 알라위 모로코 재무장관은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예산 한 푼 한 푼이 최대한 젊은 세대의 기회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며 자국의 경제 개혁을 서둘러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분노를 신속하게 해소하지 않으면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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