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동났다… 10% 계약금 걸고 선주문도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5. 10. 1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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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귀금속 거리 르포
1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귀금속상 '불리언 익스체인지(Bullion Exchanges)'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입구 밖까지 늘어서 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매일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지금이 적기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팔기로 했어요.”

14일 오후 미국에서 다이아몬드와 금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뉴욕 맨해튼 47번가 ‘다이아몬드 거리’에서 만난 벤저민 레토르씨가 말했다. 그는 귀금속상 ‘불리언 익스체인지’ 입구 밖까지 늘어선 줄 가장 뒤에 섰다. 이미 10여 명이 쌀쌀한 날씨에도 금을 팔기 위해 서 있었다. 이 가게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금 거래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맨해튼 다이아몬드 거리에 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제 거래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9% 상승한 트로이온스(약 31.1g)당 4145.85달러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4179.48달러까지 올랐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런던귀금속거래소가 이날 공지한 시세는 4135달러였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3435달러)보다 약 20% 오른 수치다. 로이터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긴장이 재점화되면서 안전 자산으로 투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성규

이 거리의 보석상 약 2600곳 중 50여 곳이 골드바 등 금 현물을 취급한다. 금값이 고공 행진하자 금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늘었다. 45년째 보석상을 운영 중인 ‘킴스보석’ 김남표 사장은 본지에 “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했다. 일부 상점에서는 골드바가 부족해 가격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고 구매 예약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골드 바이어스’ 대표 산드로 라고프스키는 WSJ에 “금을 처분하는 사람이 많아 매장에 현금이 바닥나고 있다”면서 “최근엔 금 판매자가 공인된 수표를 원해 걸어서 함께 은행까지 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금뿐 아니라 은 가격도 덩달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은 가격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51.24달러로 한 달 전(36.08달러)보다 약 42% 상승했다.

금 가격이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월가에서는 당분간 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금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금의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수요도 증가(가격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전미실물경제학회 연례 회의에서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하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이 미국 고용 시장이 식어감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미국 귀금속 전문 딜러 제너 메탈스의 부사장 피터 그랜트는 로이터에 “미·중 무역 긴장 고조, 계속되는 정부 셧다운, 추가적인 연준의 (기준금리)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는 13일 “2026년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FT는 “금은 너무 비싼지 저렴한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언제 빠져나와야 할지 시점을 잡기 어렵다”면서 “최근 며칠 동안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 매입 랠리를 더욱 부추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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