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울산' 추락에 신태용 눈물의 퇴장…"반전 못 만들어 죄송합니다"→1부 잔류 마지막 당부 "자존심 지켜달라"

박대현 기자 2025. 10. 1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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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HD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지휘봉을 잡은 지 65일 만에 팀을 떠난 신태용 전 감독이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울산의 반전을 만들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그럼에도) 울산은 1부리그를 떠나선 안 된다. 명가로서 자존심을 지켜달라"며 마지막 당부를 건넸다.

신 감독은 15일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처용전사(울산 서포터스) 여러분, 울산 HD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 기대가 컸을 텐데 반전을 이끌지 못했다”며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다. 감독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저의 패착이 가장 크다. 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울산의 비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좋지 않게 떠나지만 팬들과 함께한 시간은 행복했다. 감독은 팬들 지지로 살아간다”며 “울산을 떠났지만 울산이 1부리그를 떠나선 안 된다. 명가 울산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사과문은 공개 직후 울산 팬 커뮤니티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팬들은 “결과는 아쉽지만 진심이 느껴진다”, “감독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신태용 SNS

신 감독은 지난 8월 초 울산의 부진 속에 전격 선임됐다. 당시 울산은 리그 7위에 머물며 공식전 11경기 무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이 흔들리던 시점이었다.

신 감독은 부임 첫 경기인 지난 8월 9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리그 7경기에서 3무 4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울산은 승점을 쌓지 못한 채 10년 만에 파이널B(7~12위)로 추락했다.

결국 구단은 지난 9일 신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부임 65일 만이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리그 성적과 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변화를 줄 시점이라 판단했다”며 “남은 라운드에서 잔류를 위한 전력 재정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질 발표 이후 구단 안팎에선 여러 잡음이 흘러나왔다. 일부 매체는 신 감독과 선수단 간 갈등설, 훈련 중 불화, 소통 방식 이견 등을 보도했다. 일명 ‘골프채 사건’으로 불리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내 책임이 가장 크다”고만 했다. 울산은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잔여 시즌을 이어간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은 오는 18일 광주FC와 홈경기를 치른다. 현재 리그 10위(승점 37)로 9위 수원FC(승점 38)와 승점 차는 1에 불과하다. 승강 플레이오프권(11위)인 대구FC(승점 35)와 격차도 크지 않아 잔류 경쟁이 치열하다.

울산은 K리그 승강제 시행 이후 단 한 차례(2015년)만 파이널B에 속한 바 있다. 당시에도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전력 공백과 부상자가 겹쳐 상황이 더 어렵다는 평가다. 리그 5경기가 남았지만 선수단 체력과 분위기가 모두 떨어진 상태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신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을 경험한 ‘K리그 레전드’다. 성남 시절인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17년엔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지휘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강호 독일을 2-0으로 꺾는 '카잔의 기적'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2019년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아 동남아 축구 발전에 기여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진출이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지난 1월 월드컵 본선 직행이 걸린 3차 예선 반환점을 상위권으로 마쳤음에도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 통보를 받고 야인 모드에 돌입했다.

잠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울산의 러브콜을 받았다. 구단 설득 끝에 8월 초 부임했지만 경기력 부진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신 감독은 “처용전사와 함께한 시간은 울산 HD 일원으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팬들 지지가 제 삶의 가치를 높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으로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아울러 “저는 떠나지만 울산이 반드시 1부에 잔류하길 바란다. 코치진과 선수단이 울산의 자존심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의 사과문은 감독으로서 마지막 품격이란 호평과 함께 성적 부진 원인을 둘러싼 논란을 일단락하는 계기로 기능하는 모양새다.

울산은 K리그 대표 명문 구단이자 지난 2년간 리그 2연패를 달성한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올 초부터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외국인 자원 부진, 조직력 저하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 감독 체제에서도 안정세를 찾지 못하면서 리그 중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신 감독은 결과적으로 명가 재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떠나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자기 책임을 언급했고 팬에게 사과를 남겼다. 65일간의 짧은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말처럼 울산의 자존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울산이 파이널 라운드에서 잔류를 확정짓고 다시 '익숙한 순위'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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