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38] 나전칠기, 이젠 외국인이 반하는 한국 감성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2025. 10. 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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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에 자개 붙이는 모습.

나전(螺鈿)은 옻칠한 나무에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상감(象嵌)하는 기법이다. 검은 옻의 바탕이 어둠이라면 자개는 그 위에 새겨진 바다의 빛이다. 하여 고 이어령 전 장관은 ‘우리문화 박물지’에서 나전칠기를 “어둠에 빛을 새기는 예술”이라 표현했던가.

나전칠기는 우리 대표 전통공예로 시대마다 다른 미감을 품었다. “나전 공정이 세밀하고 귀하다”며 송나라 사신 서긍의 칭송을 받은 고려 나전은 정교하고 화려했으며, 조선에서는 다양한 문양의 아름다움이 품격을 더했다. 나전은 오랜 세월의 여파 속에서도 전통 기법을 이어오는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나며, 이제는 국가무형유산 나전장이 그 맥을 잇고 있다.

나전칠기의 주요 재료는 칠과 자개다. 본연의 빛을 지닌 자개의 결을 읽고 오색 빛을 조율한다. 쓰임새에 따라 나무로 기물의 틀을 짜고 표면을 다듬은 뒤, 자개를 붙이고 수십 번의 칠과 연마를 반복하며 모양새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장인의 안목과 섬세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나전칠기는 최상의 공예품으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전통 나전은 생활 방식 변화와 산업화의 효율 앞에 위축되었다. 귀한 대접을 받던 자개농은 ‘할머니 장롱’으로 불리며 거리의 낡은 가구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금은 ‘K팝 데몬 헌터스’ 효과 덕분에 젊은 세대와 외국인은 자개 문양을 ‘힙한 한국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개의 오색 영롱함이 세련되게 부활하며 기념품에서 미디어 아트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전장 이형만(79) 보유자는 이러한 현상을 반기면서, 젊은 세대의 디자인 감각에 뒤지지 않으려 고민하는 동시에 전통 나전칠기의 판로를 염려한다.

최근, 궁궐형 대표 문화상품관을 경복궁에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산의 가치와 연계하여 장인의 작업과정을 선보이고, 젊은 작가와 소상공인이 함께 협업했으면 한다. 방문객에게는 차별화된 체험과 소비를 연결하고 기억을 전달받는 장이 되어, 그들이 우리 문화의 영롱한 빛에 매료되길 기대한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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