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쉼 잇는 워케이션] ③ 인도네시아 발리 아웃포스트
자유로운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정원과 수영장 품은 오픈 스타일 숙소에
업무 공간 제공 넘어 커뮤니티 기회까지
저렴한 체류 비용과 자연환경 장점 꼽아
장기비자 정책 등 정부 제도적 지원 한몫
발리의 아침은 노트북을 펼친 여행자들로 시작된다. 울창한 정글과 논밭이 어우러진 우붓의 카페, 서퍼들이 몰려드는 짱구의 해변가 코워킹 스페이스,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세미냑 빌라까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디지털 노마드들은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업무를 이어간다. 발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문 워케이션의 성지’로 불린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아웃포스트 우붓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숙소까지 품은 워케이션 허브= 지난 8월 찾은 아웃포스트 우붓. 내부로 들어서자 에어컨 바람과 함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초록빛 정원과 수영장을 배경으로 긴 나무 테이블마다 노트북을 펼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동유럽에서 온 개발자, 미국 스타트업 마케터, 아시아 각국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들까지. 이곳은 국적과 직종을 불문한 ‘노마드들의 캠프’였다.
아웃포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벽면에는 ‘이번 주 네트워킹 파티 일정’, ‘요가 강의’ 등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한 이용자는 “여기서는 혼자 일하다가도 금세 친구가 생긴다”며 “업무뿐 아니라 삶을 나누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머문 짧은 시간에도 옆자리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고, 이내 저녁 약속으로 이어졌다.
시설도 인상적이었다. 초고속 인터넷은 물론이고 화상회의 를 위한 방음 부스, 팀 단위로 쓸 수 있는 회의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창밖에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푸른 논밭이 펼쳐져 있어, 잠시 고개만 들어도 ‘휴식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네시아 발리 아웃포스트 우붓 전경.
◇기업이 발리를 찾는 이유=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아웃포스트에서 만난 리투아니아 출신 카를로스 씨는 발리의 워케이션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속한 에스토니아의 ‘로키(Roki)’라는 IT 회사는 팀원 전원이 발리로 3주간 워케이션을 왔다. 이들은 이미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태국 등 여러 나라를 돌며 워케이션으로 업무를 이어오고 있다. 낮에는 이곳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요가나 서핑을 즐긴다. 카를로스 씨는 “IT 회사라 굳이 한 사무실에서 계속 근무할 필요가 없다. 사무실 임대료도 절약할 수 있고, 직원들의 능률도 높아진다.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 서울에서도 워케이션을 진행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은 대도시라 너무 복잡했다. 디지털 노마드들은 복잡한 도시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가도 꽤 비싸 부담스러웠다. 동남아시아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주디스 마케팅 매니저가 요가 수업, 영화 보기 등 다양한 이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지 인프라 성장도 발리를 워케이션 중심지로 만든 핵심 요인이다. 우붓, 짱구, 세미냑 등 주요 지역에는 아웃포스트(Outpost), 도조(Dojo Bali), 허버드(Hubud) 등 코워킹 스페이스가 잇따라 들어섰다.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 회의실, 방음 부스 등을 갖추고 숙소와 오피스를 결합한 코리빙 모델을 운영하며 장기 체류자들을 위한 환경을 구축했다. 네트워킹 파티와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도 활발히 열려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글로벌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뷰/주디스 발리 아웃포스트 마케팅 매니저

주디스 발리 아웃포스트 마케팅 매니저
“일과 삶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그게 진짜 워케이션이에요.”
스페인 출신의 주디스 매니저는 아웃포스트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아웃포스트를 단순히 일과 숙소 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닌, ‘일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워케이션을 통해 지방에서도 투자 유치와 소비 증가 등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웃포스트를 찾는 고객층은 어떤가?
△초창기에는 유럽과 미국 이용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호주와 아시아에서도 많이 찾는다. 기업 단위로 팀 전체가 일주일 정도 공간을 렌트해 오는 경우도 잦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일과 여행을 병행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디지털 노마드들의 필요에 맞춰 아웃포스트는 빠른 인터넷과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무엇인가?
△숙소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일하기 위한 공간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발리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숙소와 이벤트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선호한다. 이벤트는 무료로 운영돼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으며, 이런 만남이 새로운 일이나 협업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동남아보다 물가가 비싼 한국도 워케이션 글로벌 경쟁력이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만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 체류가 가능해진다면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컬과 연결이다.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며 문화를 배우는 것이 워케이션의 진짜 매력이다.
글·사진=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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