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농촌의 빈집, 빈집은행에서 “새 주인을 찾습니다”
[KBS 창원]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빈집은 이제 마을의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을 통해 빈집을 거래할 수 있게 돕는 '농촌 빈집은행 활성화 지원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거창군에서 전국 첫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난 빈집, 그 변화의 시작을 거창군에서 만나봅니다.
거창군 거창읍의 한 골목길.
오래 닫혀 있던 대문이 열리고 수년째 비어 있던 집 안에 사람의 손길이 닿습니다.
이전 집주인은 어렵게 찾은 새 주인을 위해 세월의 흔적이 쌓인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팔리지 않던 빈집이 새 주인을 만난 건 '농촌 빈집은행 활성화 지원 사업' 덕분입니다.
지자체가 빈집 정보를 수집한 뒤, 소유주가 거래에 동의하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등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마수정/공인중개사 : "이 집은 6~7년 동안 방치된 빈집이고요. 리모델링하면 활용도가 아주 좋고 거창읍과 아주 가깝기 때문에 매수인이 관심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거창군은 빈집 정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를 재정비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김향란/거창군의원/거창군 빈집 정비 조례 개정안 발의 : "우리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마을마다 특성을 살려서 매입을 한다든지 아니면 임대를 한다든지 그렇게 해 나가면은 빈집이 많이 줄어들게 되고 지역도 활성화되고 나갔던 인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빈집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공인중개사의 적극적인 중개 활동이 큰 역할을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빈집 구조부터 주변 환경을 세심히 조사하고, 매매 가능한 주택을 민간과 공공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등록하고 수요자와 소유자를 연결합니다.
[이대로/공인중개사 : "이번 빈집 은행이 생기고 나서 이제는 집을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앞으로 (빈집은행의) 활용도가 많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마을.
도시 인프라와 전원생활 모두 포기할 수 없었던 김동언 씨는 빈집 은행을 통해 거창에서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빈집을 발견했습니다.
[김동언/빈집 입주 예정자 : "혼자서 발품을 찾아서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고 하다 보니까 정보도 확실하지도 않고 가격도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망설이다가 포기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다가 빈집 은행이라는 데를 이렇게 알게 돼 가지고 빈집 은행에 들어오니까 수많은 집들이 일목요연하게 이렇게 정리가 돼 있더라고요. 보니까 찾기도 쉬웠고 비교도 하기 쉬웠고 가격도 아주 적절했습니다."]
빈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대한 설렘도 잠시, 빈집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적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김동언/빈집 입주 예정자 : "굉장히 오래되고 사실은 낡아 보이는데 1층, 2층 구조가 튼튼하게 지어졌고 집도 널찍하고 정원도 널찍해서 그런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면 소재지지만 인프라가 도시 못지않게 좋고 오히려 도시보다 더 좋은 점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 좋은 데를 못 느낄까 하는 그런 아쉬움도 있습니다."]
가을이 찾아온 들녘, 7년 전 거창군에 집을 짓고 귀촌을 온 정애주 씨.
어르신들이 돌아가신 뒤 빈 채로 남겨졌던 이웃집을 구입했습니다.
[정애주/거창군 귀촌 7년 차 : "저희 지인하고 우리 가족들 오면은 (사용하는)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그리고 실은 꼭 필요하면 빌려도 드립니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문짝이 다시 쓸모를 얻었습니다.
[정애주/거창군 귀촌 7년 차 : "처음엔 좀 비쌌습니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굉장히 값을 싸게 해 주셨어요. 그래서 매입을 하면서 와서 보니 구조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침에 창문 열면 이렇게 하늘이 보이고 참 좋습니다."]
이 마을엔 책방으로 변신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빈집도 있습니다.
하루에 단 세 시간 문을 여는 '봉우산책방'.
여섯 가구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책방 지킴이가 되어 활동 중입니다.
흉물로 변한 빈집을 정비해 다양한 책과 누군가 보내 준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책방은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쉼터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권해술/봉우산책방 지킴이 : "부산에서 온 사람도 있고 서울에서 온 사람도 있어요. 와서 보고는 시골에서 이렇게 참 좋은 곳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그런 말도 하고 갔어요."]
빈집은 흉물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농촌 빈집 은행을 비롯해 빈집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어 공간을 살리고, 사람을 잇는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김동민/내레이션:윤준건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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