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다리 하나로 뜬장 살아온 반달가슴곰…사육 금지 앞두고 곰 농장 가보니

[앵커]

내년부터 곰을 소유하거나 사육할 수 없게 되면서 한평생 뜬장에서 살아온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도 이제서야 땅을 밟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곰을 데려가면 총으로 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농가 반발은 거센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낡고 녹슨 뜬장에서 온몸을 비틀지만 나갈 수 없습니다.

다리는 하나뿐입니다.

발이 철창에 빠지면 넘어지고 또 넘어집니다.

[이누리/동물자유연대 활동가 : 조그마한 철창 안에서 평생을 살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는 이 사육곰, 10살 정도로 추정할 뿐입니다.

언제, 어떻게 다리를 잃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었을 이 철창에서 지난달 구조됐습니다.

[신창근/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박사 : 자유로움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육곰도 야생과 유사한 공간에 나와서 나무를 타는 모습을 보는 게…]

깊은 밤, 뜬장 아닌 바닥이 어색한지 이리저리 몸을 굴립니다.

한쪽 다리로 짧은 사다리를 오르고 또 내리고, 홀로 애씁니다.

이 보호소에 온 곰들, 대부분 장애와 상처를 가졌습니다.

[임옥주/수의사 : 양쪽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상태. 치아가 하나도 없고 잇몸만 있는 상태여서…]

우리나라 곰 사육은 지난 1981년 시작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농가 수익을 위해 장려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이 일면서 사양 산업이 됐습니다.

지난 2023년부터 도축이 금지됐고, 내년 1월부터는 곰 사육 자체를 못합니다.

농장주들은 반발했습니다.

[A씨/사육곰 농장주 : 저는 지금 한 마리에 5천만원씩 웅담을 팔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먹고 땅속에 파묻으라 하는 이런 현행법인데. 이게 말이 돼요? 개도 잡아먹고 닭도 잡아먹는데.]

[B씨/사육곰 농장주 : 웅담은 웅담대로, 곰발바닥대로 이렇게 팔면 1천만원보다 훨씬 더 받아요. 저는 그냥 키울 거예요. 뺏길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시민단체가 한 마리당 500만원에 구조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B씨/사육곰 농장주 : 저희 집에 엽총 있어요, 엽총. 대갈X만 쏴버릴 거예요. (곰) 가지러 온다고 하면… {저를 총으로 쏘시진 않을 것 아니에요.} 우리 곰 가지러 왔다고 철창문 여는 놈부터…]

전국에 남은 사육곰 수는 242마리입니다.

하지만 신고되지 않거나 전시용으로 키우는 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사찰 안으로 직접 들어왔습니다. 철창에 위험이라는 경고문이 붙었습니다.

철창 안에 곰 세 마리가 보이고요.

또 이쪽에 지리산 반달곰 내력서가 적혔는데요.

지리산에 방생을 목적으로 4마리를 데려왔는데 이 중 일부는 사나워서 우리 안에 있다 이렇게 적혔습니다.

[스님 : 다른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되고 나는 곰에 대해 성격을 아니까. 자, 이리 와. {이리 오라고 하면 오나요?} 그냥 해보는 거야. {곰 이름이 있어요?} 곰돌이, 곰순이 뭐 그렇지.]

무슨 목적으로 왜 곰들을 데리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스님 : {사찰에 곰이 왜 필요하죠?} 사람들이 곰 보러 오지. 나를 보러 오지는 않아. 불쌍하고 미안하긴 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어.]

방생도 도축도 하지 못한 채 지금도 곰들은 뜬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 죽어서야 철창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진아/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 이게 정말 곰들을 위한 것인가 스스로 질문들도 많이 했어요. 단 한 번도 곰다운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고…]

쓸개를 얻기 위해 곰을 키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입니다.

평생 철창 속에서 살아온 사육곰, 이제는 반달가슴곰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화면제공 동물자유연대]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진형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권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