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죽은 김일성까지 들춘 '김현지 공세', 실효성은 있나?
국민의힘이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다. 급기야 '김일성 추종 세력'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야권 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그림자 실세', '경제 공동체', '존엄 현지'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정권 초반 '실세 논란'은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주로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나, 배우자 포함 친인척, 대통령의 가신 그룹 등이 타깃이 돼 왔다. 정권 초, 특히 정권 교체기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세 논란'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대통령 측근들이 대놓고 전횡을 해 왔던 독재 정권 시절은 차치하고, 민주화 이후만 해도 김영삼 정부에서는 '소통령' 김현철 씨가 정권 후반에 '국정 농단' 주역으로 낙인 찍친 바 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인 '홍삼 트리오' 문제가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서진 그룹인 이른바 '삼철' 논란이 있었고, 정권 후반기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비리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특이하게도 실세들간 '내전'이 정권 초반 언론에 실시간 중계된 바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충복이었던 박영준 청와대 당시 국정상황실장 그룹과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소장파 그룹 실세인 정두언 전 의원이 '인사 전횡'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후 벌어진 '논공행상'을 두고 권력 다툼이 노골적으로 언론지상을 탄 일이었다. 이후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그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전 실장을 둘러싼 '비선 논란'은 결국 '권력형 비리'의 악취를 풍기면서 끝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암막 정치'로 인해 정권 초부터 '문고리 3인방' 논란이 벌어졌고, 이후 그 배경에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3철'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적이 있었지만, '비선 실세'로 지목당해 논란의 당사자가 됐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경우 다수의 의혹이 별다른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큰 잡음 없이 정권이 마무리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역대 정권의 모든 '비선 실세'와 '국정 농단'에 관한 상상력을 뛰어넘은 수준의 비리 의혹을 받고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은 위 사례들에 비하면 '급'이 현저히 떨어져 보인다. 김 실장과 이 대통령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김현지 실장은 '실무 보좌'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김 실장이 힘이 세 보이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실무 비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도 초반엔 김 실장의 '장관 인사 개입' 의혹 등 굵직한 이슈로 대여 공세 주도권을 잡으려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결정적 한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후반으로 갈수록 수십년 전 있었던 일들의 '재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1998년 시민 운동에 투신하면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 김 실장은 시장직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지만 공직은 하지 않았다. 성남시가 지원하는 민관협력기구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성남 시정 자문 및 공약 이행 등과 관련한 외곽 지원 역할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공직에 나선 건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다. 이때부터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실장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 김용 전 성남시 대변인 등과 함께 '측근 그룹'으로 묶였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총무비서관으로 '인수위 없는 정부' 초기 시스템 구성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우 의원의 여성가족부장관 낙마 당시 강 의원에게 직접 이 대통령 의중을 전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의 공세 대상이 됐지만, 과거 김현철이나 양정철, 이상득, 박영준, 정두언을 비롯해 최순실이나 김건희의 '급'에 비하면 '비선 실세'로서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정권 초라 김 실장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있거나, 연루된 게 밝혀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일례로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상대로 과거 2004년 이 대통령의 '시민운동가' 시절 성남시의회의 성남의료원 조례 심의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발굴했지만,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다 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 일이어서 '한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알고 지낸다는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김현지 실장이 김일성 추종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사실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과거 해산된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의 선거법 재판 판결문을 들었다. 박 의원은 "김미희 전 의원의 남편은 백승우 씨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세력이다. 김미희 통진당 의원과 그 공범은 식사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식사대금을 지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이 위반행위에 김현지가 깊이 관여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김미희 전 의원이 김현지 실장의 연락을 받아 식사모임을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경기동부연합' 소속인 김미희 전 의원에게 식사모임을 '알선'했다는 것 등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근거다. 박 의원은 이를 두고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콘트롤 타워가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10년 전후의 일로 15년 전 일이다. 그리고 김일성이 사망한 건 1994년 일이다. 이때문에 김현지 실장에 대한 야권의 '공격 거리'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출범 첫 해의 국정감사는 주로 전임 정권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야당 입장에서는 전임 정부의 실수를 방어하고, 현 정부에 대한 공세를 통해 존재감을 입증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야당이 실체도 불분명한 김 실장 관련 의혹 공세에 매몰되면서, 정부 실정을 지적하고 부동산 문제, 한미 관세 협상 문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문제 등 민생 사안들에 대한 주목도를 키울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감싸기'가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오히려 키웠다고 비판하면서도 "만약 저희 당 소속 의원들이 제대로 못 캐면 저희가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우려 섞인 말을 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실탄(결정적 증거)이 없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역풍이 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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