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초강수’에 與 “비판 감수할 수밖에”

박숙현 기자 2025. 10. 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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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공식 언급 자제… “세제 카드는 최종 판단할 문제”
與 일각서 “좋은 집에 살고 싶은 마음 억누르면 시장 안정 시킬 수 없어”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장 과열 조짐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중산층과 실수요자 반발이 확산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5일 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자 야권은 즉각 “부동산 시장 계엄”, “부동산 문재인 정부 2.0 선언”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주택담보 대출 비율을 줄여 청년, 서민, 신혼부부같은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길이 막혔다”면서 “집값을 망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부동산 정책으로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2.0을 선언했다”며 “세금과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대책의 주요 내용을 언급한 뒤, “기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연말까지 세부 추진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보다 저렴한 양질의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만 적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부동산 계엄’이라는 야당 공세에 대해 “윤석열의 ‘진짜 계엄’에는 침묵하더니 민생 정책에 ‘계엄’을 운운하는 행태”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 거품을 빼는 것이지, 더 많은 빚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내놨다. 향후 시장 반응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서 검토를 이어 나가겠다”면서 “발표한 정책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정부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도, ‘부동산 피로감’이 누적된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2일 고위당정협의에서도 여당은 규제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넓힐 경우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규제 강화가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풍선효과가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는 페이스북에 “오늘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고뇌와 진심이 느껴진다”면서도 “좋은 곳, 좋은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을 계속 억누르기만 해서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인프라가 좋은 지역 고가 주택 가격을 억지로 붙잡고 있으면 결과적으로 부유층이 더 싼 좋은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당 내에선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는 반응이 우세한 기류다. 수도권 한 의원은 “청년들이나 서민층은 서울에서 이제 아예 집을 못 사는 거 아니냐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비판”이라면서도 “정부 입장에선 집값 안정에 더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집값이 안정됐을 때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은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효과를 발휘했던 게 금융적인 접근이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비수도권 의원 역시 “지금도 규제가 나름 세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어서 이 정도 대책이 아니면 못 잡는다”면서 “토지거래 허가제 정도로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된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에서도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여당은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집값 안정’과 ‘선거 전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관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날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은 세금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왔지만 고강도 규제에도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카드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기보다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필요하다면 세제 조정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경제부총리도 그동안 세제카드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었다”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기재위 내에서 아직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3구·용산구를 포함해 서울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27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내년까지 이들 지역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의 경우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은 4억원, 25억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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