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59번, ‘고교학점제’ 29번…교육위 국감의 주객전도 [현장에서]

신소윤 기자 2025. 10. 15. 16: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건희.

14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을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이다.

국감 생중계 유튜브 댓글 창에는 "고교학점제 때문에 힘들다"라는 하소연이 메아리처럼 줄을 이었다.

장장 14시간 이어진 국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기대했던 것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교육 정책의 방향이었을 텐데, 국감장에서 수십 차례 불린 '김건희'라는 이름에 가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대한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교육위원장이 이배용 전 국교위원장 등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14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을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59차례 언급됐다. 이 시간 동안 주요 교육 현안인 고교학점제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이 등장한 횟수는 각각 29번, 3번에 그쳤다. 정치 쟁점이 국감을 압도하며 교육 현안은 저만치 밀려나 버렸다.

시작부터 김 여사 이슈로 국감이 시끌했다. 그의 논문 표절과 관련한 증인이 무더기 불출석한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뜨거웠다.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증인 선서 거부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리박스쿨 관련 단체를 챙겨달라고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동시에 김 여사 논문 검증 지연 관련 외압 당사자란 의혹도 받고 있다. 국감이 열리기 전 국회 보좌진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물었을 때 여럿은 ‘정치 공방으로 얼룩진 국감’을 꼽았다. 그들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은 셈이다.

물론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문제를 따져 묻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의 석·박사 학위는 모두 취소됐지만, 절차적 문제나 위법성이 온전히 해소된 건 아니어서다. 문제는 김 여사 문제가 국감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감사는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는 지난 9월 1차 개선안이 나왔음에도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은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다. 주요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에 대한 최종 가닥도 오는 12월로 미뤄둔 터라 교육 수요자들의 궁금증도 높은 터다. 이런 사안에 대한 질의는 가뭄에 콩나듯 드물었다. 국감 생중계 유튜브 댓글 창에는 “고교학점제 때문에 힘들다”라는 하소연이 메아리처럼 줄을 이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인공지능(AI) 교육 등 현 정부의 또다른 핵심 교육 정책에 대한 질의도 거의 없었다.

교육 정책마저 정치 쟁점으로 만들려는 듯한 질의는 있었다. “고교학점제를 중단할 의사는 없느냐. 솔직히 말해, 고교학점제가 저희 진영에서 시작했으면 장관님은 멈추셨을 것 같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 말이다.

장장 14시간 이어진 국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기대했던 것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교육 정책의 방향이었을 텐데, 국감장에서 수십 차례 불린 ‘김건희’라는 이름에 가려졌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