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유해한 '중국인 쇼핑 방지법' 당론, 언론은 혐오 확산 '받아쓰기'

윤석열 정부가 결정했던 '중국인 무비자 입국'…'특수 기대' 보도들 '혐중 당론'으로 뒤덮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5년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이른바 '중국인 3대 쇼핑(의료·선거·부동산) 방지법'을 당론으로 내걸어 공당이 혐오를 확산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를 정치권 정쟁으로 중계하는 보도가 갈등을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이재명 정부 정책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국민 역차별 방지 3법을 당론화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그리고 지난 10일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를 공식 당론으로 발표했다. 구체적 법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중국인 무비자 입국…정권 바뀌자 비난한 국민의힘

정작 '중국인 무비자 입국'은 국민의힘이 집권당이던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 지난해 5월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2030년까지 연간 인적 교류 4000만 명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올해 3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이 가속화되도록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3분기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중일 정상회의 직후 국민의힘도 “3국의 교역 확대는 국익으로 직결”될 거라며 “외교가 곧 민생이다. 국가경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소모적 정쟁은 멈춰야 할 것”이라 논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국민의힘 내에선 '무비자 입국 시행'을 범죄(김민수 최고위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나경원 의원) 등과 연관 짓는 주장이 나오더니, '중국인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인 건보 재정 흑자, 일시 체류자 선거 쇼핑 불가능, 부동산 관련 왜곡 주장

'중국인 쇼핑 방지법'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것들도 왜곡된 주장들이다. 국민의힘은 중국인이 건강보험료로 '혈세 먹튀'(의료 쇼핑)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내체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 수지에 따르면 중국인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55억 원 흑자를 기록했고, 2023년 이전에는 통계 오류로 흑자가 적자로 둔갑하거나 실제보다 적자 폭이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살지도 않는 중국인이 이 땅의 주권을 행사한다”는 '선거 쇼핑' 주장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영주 체류 자격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나고 지방자치단체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으며, 선거일 이전부터 최소 60일 이상 국내 주소지를 유지해야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관광객이나 일시적인 체류자의 '선거 쇼핑'은 불가능하다.

'부동산 쇼핑' 주장은 반중 정서에 활용하려 일부 사실을 부풀린 경우다. 국민의힘이 '중국인 쇼핑 방지법' 당론을 정식 발표하기 사흘 전,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 아파트 보유 외국인의 국적은 미국, 중국, 캐나다 순(한국부동산원 자료)이다. 미국인 소유주가 많은 지역이 '투자형'이라면, 중국인 소유주가 많은 지역은 '실수요형'이란 분석도 다수 보도됐다.

▲최근 국민의힘이 '중국인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밝혀 극단적 반중 정서를 자극한다고 비판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진행되는 극우 단체의 반중 집회를 경찰이 막고 있는 현장. ⓒ연합뉴스

언론도 비판했지만…정쟁 이슈 확산하는 보도 관행 여전

그렇기에 우리 언론도 소위 진보, 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국민의힘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론 발표 이후 나흘 간 주요 신문사 사설만 놓고 봐도 한국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이 '중국인 쇼핑 방지법'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반중 내지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대다수 언론에선 국민의힘의 '반중' '혐중' 주장의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거나, 여야 간 정쟁으로 중계하는 기사들도 생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의 당론 발표는 즉각 속보로 쏟아졌다.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일간·경제일간·방송·인터넷신문의 '중국인' '쇼핑' 관련 기사는 16개 매체 19건. 이 가운데 제목에 국민의힘 당론을 '혐중'이라 비판한 기사는 한겨레 2건과 경향신문 1건, 민주당 반박을 붙인 기사는 노컷뉴스 1건,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이 담긴 기사는 한국일보 1건 등에 그쳤다.

내수 진작 기대한 중국인 쇼핑 보도, 국민의힘 당론 발표 후 정쟁 집중

경제 분야 기사와 정치 분야 기사 간 괴리도 지속되고 있다. 당초 '중국인 무비자 입국'은 이 제도가 시행된 9월29일부터 중국인 관광객 유인에 따른 경기 특수와 내수 진작을 기대하는 내용으로 다뤄졌다. '중국인' '쇼핑'으로 이날 하루 24개 매체가 76건의 관련 기사를 썼고, 대다수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와 유통가 등이 들썩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경제지와 보수 언론도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효과를 다뤘다. 이날 보도에서 빅카인즈로 추출한 주요 연관어도 관광객, 면세점, 백화점, 유통업계, 기대감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민의힘 당론 발표로부터 13일까지 나흘간 같은 키워드로 검색되는 보도의 연관어 목록에선 외국인, 부동산, 당론, 역차별, 선거권, 혐중 정서 등이 떠올랐다. 분야별 기사량은 경제 22건, 정치 63건으로 정치 분야 기사가 앞섰다. 무비자 입국 시행 후 나흘간의 기사는 경제 39건, 정치 3건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한 언론사 안에서도 중국인 유입을 두고 국민의힘의 혐중 주장과 장밋빛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기사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쟁 이슈로서의 파급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반중 혐오 프레임에 동포 위축…정확한 보도와 팩트체크 절실

'중국인 쇼핑 방지법'을 국민의힘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 가볍게 넘기기엔 실제 해악이 크다. 중국 동포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지원해 온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은 14일 통화에서 “반중 혐오 프레임이 계속 되고 있다. 사람들이 (중국 동포가 많은) 대림동에 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동포들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라며 “실제로 동포들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식당에서도 '조선족? 중국인? 뭐가 어떻다던데' 하며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전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이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세력의 혐오 선동을 정쟁에 악용하는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괴담 수준의 주장을 내놓으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국민의힘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을 반대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라며 “국민의힘이 혐중을 정쟁에 악용한 게 처음도 아니다. 사드 사태나 코로나19 등 주요 국면마다 등장했고, '중국 선거 개입설' 같은 음모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따옴표'식 단순 전달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언론의 정확한 보도와 팩트체크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 운운하며 내세운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팩트체킹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왜곡된 정보를 내세우며 반중,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이유는 뻔하다. 선거 때마다 힘입었던 '북풍' 대신 2026년 지방선거를 위해 혐오와 차별을 내세워 극우 성향의 지지자를 결집하겠다는 의도”라며 “국가 간의 협약도, 민생도, 국민도, 민주주의마저도 외면하며 당장의 지지율 결집만 도모한다면 공당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