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왕 조용필 예찬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2025. 10. 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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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이번 추석에 뜬 보름달은 누가 뭐래도 가왕 조용필입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가을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가려 아쉬웠는데 가왕 조용필이 안방극장에 보름달로 떠서 민초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듬뿍 선사했거든요.

그가 열창하는 주옥같은 노래들에 심취하여 시름을 잊고, 그와 함께 익어간 지난 삶과 세월을 반추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랬습니다. KBS 2TV가 '광복 80주년 한국방송 대기획―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이라는 제하의 콘서트를 추석 당일 저녁 7시 20분부터 150분에 걸쳐 방영했고, 이틀 후인 8일 저녁 8시부터 180분에 걸쳐 앙코르 형식으로 방영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조용필이 게스트 없이 자신이 히트시킨 30여 곡을 열창하자, 고척스카이돔에 운집한 관객 1만 8천명이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했고, 안방극장 시청자들도 따라 부르며 즐감했으니 아름다운 공연이었고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최고 시청률이 18.2%에 달해 특집을 제작해 방영한 KBS는 대박이 났고 공연한 조용필도, 현장 관객들도, 안방 시청자들도 모두 즐겁고 행복했으니 이 또한 대박입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전 국민이 하나 된 기분이었다.' 'TV 볼 게 없었는데 간만에 눈 빠지게 집중해서 봤다.'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저리 장시간 노래할 수 있다니' 등의 찬사가 이를 웅변합니다.

그의 이름 앞에 가왕, 국민가수, 대가왕이란 수식어가 붙는데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가창력과 음색과 곡 해석력의 탁월성입니다. 트로트, 발라드, 록, 팝, 재즈, 민요 등 다양한 장르를 개성 있게 소화하고 발현합니다.

둘째, 대다수 히트 곡이 본인 작곡이듯이 견고한 음악적 내공과, '목소리는 노래하지 않으면 늙기 때문에 단단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철학입니다.

셋째, 그의 수많은 히트 곡들의 가사가 천박하지 않고, 고급 지며, 아름답습니다.

넷째, 이번 추석특집 공연이 증거 하듯 그의 노래와 음악은 늙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천하고 진화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조용필의 오랜 펜입니다. 노래가 고단한 삶의 위로제와 격려제로 기능해서 조용필의 노래는 안성맞춤이었고 알파였습니다.

그와 동시대에 살며 함께 늙어가고, 엇비슷한 시기에 귀천할 터여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50년 전에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필두로 '정, 그 겨울의 찻집, 허공, 상처,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등을 즐겨 불렀고, 이런 저런 자리와 행사에서 자청 타청으로 불러 노래 꽤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으니 감지덕지입니다.

음악에 푹 빠져 고등학교도 다니다 만 그런 그가 작곡도 잘하니 과히 천재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보급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우뚝 선 그가 말합니다.

'제 일생에 음악밖에 아는 게 없다'고, '노래 부르다가 무대에서 죽는 게 로망'이라고.

1977년 대마초 파동으로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했던 아픔을 딛고 가왕과 기부왕이 된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자신의 아내였던 안진현의 유산 24억 원을 심장병 어린이 치료를 위해 기부했고, 조용필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매년 3억 원씩 기부하는가 하면, 콘서트마다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고 있어 포브스지에서 선정한 아시아의 기부 영웅 중에 한명으로 선정된 씀씀이도 훌륭한 가수입니다.

올해로 데뷔 58년 차를 맞은 76세 된 그가 '난 지금도 창법, 음성을 다양하게 내는 법을 연구하고 연습한다.' 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념에 경도된 혼탁한 정치판을 청소하려는 듯이 가왕 조용필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를 열창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그의 건재와 비상을 축원합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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