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손톱’ 선발 카드 2연속 실패…후반 조커냐, 윙어냐 활용법 재검토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대표팀 홍명보호가 손흥민(LAFC)을 선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실험을 2경기 연속 시도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오현규(헹크)의 쐐기골이 증명했듯 다른 대안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14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2-0 승)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선발 출전이 원래 계획과 달랐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계획 안에서는 후반 출전을 생각했었다”며 “아무래도 오늘 행사도 있고 굉장히 중요한 날이어서 선발 출전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7경기) 기념 행사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브라질전에 이어 파라과이전에서도 톱으로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파라과이전에서 슈팅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오프사이드 한 차례만 기록하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현규와 교체됐다. 손흥민도 경기 후 “파라과이 선수들이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공간에서 볼을 받기 어려웠다”며 아쉬워했다.

지능적인 침투 움직임에 최적화된 손흥민은 윙어로서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선수다. 하지만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설 때는 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패턴 플레이가 뒷받침돼야 한다. 브라질전과 파라과이전에서는 상대의 두터운 수비 앞에서 공간을 찾기 어려웠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 경기 한 60분 뛰고 오늘 45분 뛰었는데 그 부분은 앞으로 계속 고민을 해야 되고 또 방법을 찾아야 된다”며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손흥민을 대신해 후반 투입된 오현규는 해법을 제시했다. 과감한 슈팅과 빠른 침투로 상대 수비를 흔든 오현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쐐기 골을 터트렸다. 침투 능력은 물론 몸싸움 능력도 뛰어난 오현규는 원톱에 최적화된 선수다. 홍 감독도 “오현규 선수는 충분히 최전방에서 선발 출전해도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오현규가 추가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현규가 톱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만큼, 손흥민을 윙어로 배치하는 조합도 가능하다. 실제로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에서 손흥민을 주로 왼쪽 윙어로 썼다. 손흥민 윙어, 오현규 톱 조합은 지난달 멕시코전에서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 손흥민과 오현규가 함께 경기장을 누비지 못한 데는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홍 감독은 “황희찬 선수가 있었으면 교체 카드를 쓸 수 있었는데 부상으로 나오다 보니 손흥민 선수와 오현규 선수를 같이 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둘 다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교체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도 전반 45분 출전에 대해 “감독님이 미리 얘기만 해 주신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밝혔다. 후반 조커로서의 역할도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감독은 “이번 10월 평가전까지는 로테이션도 하면서 전술적으로 확인을 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11월부터는 조금씩 폭을 좁혀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볼리비아와 아프리카 강호를 상대하는 2연전부터는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현규 톱에 손흥민 윙어로 배치하는 조합, 황희찬을 윙어 선발로 내고 손흥민을 후반 스트라이커 조커로 활용하는 방안 등 여러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홍명보호가 월드컵까지 남은 8개월 동안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