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中 소유 반도체 기업 인수…美 압박·EU 경제안보 우려 속 ‘탈중국’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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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가 동부 네이메헌에 소재한 중국계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인수하면서 유럽 내에서 경제안보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이 윙테크를 수출규제 명단에 올려 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했는데, 이에 자회사 넥스페리아도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자 네덜란드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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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심각한 지배구조 결함과 기술 유출 우려 발견”
넥스페리아, ‘필립스’에 뿌리 둔 유럽社…2017년 中 윙테크에 인수
반도체 공급난, 미·중 갈등 심화하면서 ‘이례적 개입’ 결단내린 듯
네덜란드 정부가 동부 네이메헌에 소재한 중국계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인수하면서 유럽 내에서 경제안보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유럽이 자유무역 원칙보다 전략 산업 보호를 택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상품 가용성 법’을 발동, 중국 윙테크테크놀로지의 자회사 넥스페리아를 사실상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네덜란드 정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필수 물품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간주되는 이번 조치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는 사실상 넥스페리아를 전면 장악하게 됐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넥스페리아 이사회 결정의 실행을 막거나 뒤집을 수 있으며, 정부는 넥스페리아 및 그 자회사들의 자산과 지식재산권, 사업, 인력에 대한 통제권을 쥐게 된다. 통상적인 생산 활동은 유지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성명에서 “심각한 지배구조 결함과 기술 유출 우려가 확인됐다”며 “핵심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경우 유럽 산업 전반의 공급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번 조치는 앞서 9월 30일 발동됐으나, 발표가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넥스페리아는 군사용 첨단 반도체가 아닌 자동차·가전·산업용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사로, 옛 ‘필립스반도체’의 후신인 ‘NXP 반도체’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최첨단 칩은 아니지만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칩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2017년 네덜란드 정부의 승인 하에 윙테크에 인수되면서 중국계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는데, 당시 이는 개방적 투자 환경의 상징으로 평가받았으나 2021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수 허가는 전략적 실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번 조치에는 미국 측 입김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네덜란드 외무부와 회의에서 “미 ‘수출규제명단(entity list)’ 예외 자격을 얻으려면 (넥스페리아)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이 윙테크를 수출규제 명단에 올려 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했는데, 이에 자회사 넥스페리아도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자 네덜란드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중국 테크업체 ZTE 연구원 출신이자 윙테크의 CEO인 장쉬에젱이 유럽 공장과 기술을 중국 본사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개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하이 증시에서 윙테크 주가는 하루 만에 10%대 급락하는가 하면, 회사는 “법적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 또한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선택적·차별적 대응으로 국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한다”며 반발에 나선 상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유럽 내 ‘탈중국’ 기조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프랑스는 2023년 중국 지분이 포함된 반도체 기업 오믹의 지분을 몰수했으며 영국 역시 2022년 넥스페리아의 뉴포트 웨이퍼 팹 공장 매각을 명령한 바 있다. 유럽 정치안보 싱크탱크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사샤 쿠르티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경제안보가 자유시장 원칙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를 계기로 타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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