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3배 ETF' 나올까...SEC 문 두드리는 美 운용사
미 금융당국, 레버리지 2배까지 허용…"위험도 높아"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테슬라·엔비디아·알리바바 등 개별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문을 두드리고 있다. 레버리지 ETF를 찾는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미국 SEC는 최근 몇년간 개별종목 및 지수형 레버리지 ETF에 대해 2배수까지만 허용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트럼프 당선 이후 규제당국의 스탠스 변화에 기대를 건 운용사들이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 출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애플·코인 3배 ETF 신청 '러시'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따르면 ETF 전문 운용사 디렉시온(Direxion)과 프로셰어즈(ProShares) 등이 단일주식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기 위한 등록 서류를 SEC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디렉시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따르는 SOXL(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로 국내 투자자에게 알려진 운용사다. 디렉시온은 지난 3일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3배 레버리지 ETF 등록 서류를 SEC에 제출했다.
프로셰어즈도 지난 6일 △테슬라 △알리바바 △비트마인 △코어위브 등에 대한 3배 레버리지 상품의 예비 투자설명서를 올렸다. 프로셰어즈는 나스닥100 지수 변동을 3배로 추종하는 TQQQ(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를 운용하는 곳이다.
이미 유럽에서 단일 주식형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운용해 온 영국 자산운용사 레버리지셰어즈와 미국 운용사 그레닛셰어즈 역시 지난 3일과 9일 각각 동일한 서류를 등록했다. 그 외 트레이더(Tradr)와 디파이언스(Defiance)도 단일종목 3배 레버리지 ETF 상장을 신청했다.
다만 미국 SEC는 2배를 초과하는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2배를 초과한 단일종목형 및 지수형 레버리지 ETF를 승인한 바 없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거래 중인 3배 레버리지 ETF(지수형)는 모두 2020년 이전에 상장된 상품이다. 예컨대 프로셰어즈의 TQQQ는 2010년 2월, SOXL은 같은 해 11월 나온 상품이다.급등락 시 상장폐지까지…"그래도 승인할까?"
3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1% 상승하면 ETF 가격은 3% 오르는 구조다. 반면 기초자산이 1% 하락하면 ETF 가격도 3% 떨어져 손실 폭이 커진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하루에 33% 이상 급락할 경우 ETF는 순식간에 순자산가치 '0'에 수렴할 수 있다. 이처럼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급등락시 높은 위험을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8일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가 오픈AI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AMD 주가가 프리마켓에서 30% 넘게 급등했다. 이 여파로 AMD의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3배 숏 레버리지 상품 3SMD(그레닛셰어즈 3배 숏 AMD 데일리)의 수익률이 -100%에 도달, 상장폐지됐다. 3SMD는 미국 운용사 그레닛셰어즈가 영국 런던거래소에 상장한 상품이다.
그레닛셰어즈는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ETP의 순자산가치(NAV)가 0달러 아래로 하락함에 따라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소 절차에 따라 상장폐지될 것"이라며 "상환금액은 없다"고 공지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아이온큐(IONQ) 주가 급락으로 이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해외 상장지수증권(ETP) 'Levshares 아이온큐 3X ETP'도 런던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바 있다.
미국 규제당국은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단일 주식 레버리지 상품의 고배율 구조를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EC 투자자문위원회는 2023년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는) 기존 ETF와 다르게 분산투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명칭 변경을 권고한 바 있다.
현지 자산운용사들이 SEC에 제출한 등록 서류에도 '이 서류는 예비 투자설명서로 아직 SEC 승인 전이며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 서류 제출일로부터 75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단일 주식 레버리지 ETF 상장을 동시에 신청한 만큼 미국 금융당국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SEC가 태도를 바꿔 허가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운용사들이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신청한 것"이라면서도 "아직 SEC에서 승인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운용사들이 레버리지 ETF 상장 등록 서류를 제출하기 직전인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시작되면서 미국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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