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반대에도 부검, 기록열람 불허..양평 공무원 사후처리 두고 논란

양은경 기자 2025. 10. 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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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매우 이례적, 유족배려 없어”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 수사를 받다가 숨진 경기 양평군 공무원 측 박경호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공무원의 변호인 선임 신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다 숨진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부검과 유서 공개 등 사후 처리 과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유족의 감정을 존중하는 수사실무 추세에도 맞지 않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씨의 사망 이후 제기된 각종 논란을 관련 규정과 실무관행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유족의 반대에도 부검할 수 있나

앞서 12일 A씨 유족 측은 경찰의 부검 계획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음날 A씨의 시신을 부검했다.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맞지만 보다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명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며 설명한 후 유족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내부 사건처리 지침과도 맞지 않는다.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은 살인 추정 변사사건이나 범죄로 인해 사망한 사건, 유족이 사인을 다투는 사건, 사회의 이목을 끄는 변사사건 등을 부검지휘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 지침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11월 개정 과정에서 ‘사회의 이목을 끄는 변사사건’ 부분이 삭제됐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부검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취지에서다. 대신 “담당 검사는 부검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유족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경찰에도 비슷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 경찰청 훈령인 ‘변사사건 처리규칙’에 따르면 부검을 위한 영장 신청을 고려해야 하는 사유로 ‘구금 조사 등 법 집행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유족에게 부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유족의 의사가 있으면 경청하고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불필요한 부검을 줄이고 유족의 의사를 고려하는 개정 취지로 볼 때도 이번 부검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서에 대한 필적감정은 일반적인가

경찰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서를 확보해 필적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적감정은 자살사건에서 자살교사자나 방조자가 있는지, 유서가 타살을 은폐하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진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 행해지는 절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 자살 사건에서도 필적 감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고인이 이미 메모를 통해 수사가 강압적이었다며 괴로움을 호소한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작성된 유서의 필적 감정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에게 유서 원본을 주지 않는 게 맞나

경찰은 14일 브리핑에서 필적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서 원본을 유족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인이 특검 수사 후 작성한 21장의 유서 원본을 유족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유족이 유서를 갖고 있으면서 필요에 따라 언론에 공개하는데 이 사건은 유족이 유서 전문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당수 검찰 관계자들은 유서 원본을 가져간 경찰의 조치에 의문을 표했다. 통상은 변사사건에서 유서를 증거로서 확보하려면 사진을 찍어 기록에 편철하고 원본은 유족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이 수사상 필요로 영장을 발부받았거나, 유족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임의제출 받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자살임이 분명한 사건에서 유서 조작이라든지 자살로 위장한 타살의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나 취할 법한 조치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당사자가 사망하면 기록 열람 못하나

김건희 특검은 15일 A씨 변호인의 열람등사신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당사자의 사망으로 변호인과의 위임관계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전날 특검 관계자가 “위임계약이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후 하루만에 취해진 조치다.

민법 690조는 ‘위임은 당사자 한쪽의 사망이나 파산으로 종료된다’고 돼 있어 A씨 사망으로 위임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특검 수사 중 대상자가 강압수사를 호소하며 사망한 사안에서 강압수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서의 열람등사를 거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유족의 억울함과 의구심을 풀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과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사망한 한 경찰관의 사건에서 담당 검사는 유족을 검사실로 오게 해 기록 전체를 보여줬다고 한다. 당시 유족은 강압수사를 주장하며 검찰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는데, 고인이 돈을 받은 계좌 내역을 비롯해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한 피신조서 등도 보여주자 진정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 사망한 사건에서 위임관계 종료를 거론하며 열람복사조차 거부한 조치는 유족과 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감찰에 준하는 조사’ 가능할까

김건희 특검은 13일 “고인에게 조의를 표하며 수사 방식을 재점검하겠다” 며 “감찰에 준하는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중인 사건에서 피의자가 사망하면 검찰의 경우 각 지검별로 설치된 인권보호관실에 ‘인권침해 사건 발생보고’가 접수된다. 이후 인권보호관이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모두 점검한다. 만일 해당 검찰청에서 소환하기 전 단계이거나 접촉이 없었으면 사건을 종결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생전에 강압수사를 호소하는 문서를 남기거나, 변호인이 심야조사 동의서가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감찰로 전환될 수 있다. 감찰 결과 강압수사 정황이나 수사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징계절차가 진행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변호인이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혔다며 조서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는 경우 사실로 확인되면 감찰 대신 바로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의 경우 인권보호관 제도와 함께 법무부와 대검에 별도의 감찰 관련 조직을 두고 있다. 반면 수사를 위한 임시조직인 특검의 경우 인권보호관이나 감찰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한 일선 검사장은 “자칫 특검의 잘못을 특검이 감찰하는 이해충돌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필요하면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개입해 최대한 고인에게 억울한 상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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