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기자는 무엇으로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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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 대학 학생 두 명이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을 찾았다.
지역신문 기자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며 '멋지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지역신문사를 찾아와 지역신문 기자를 인터뷰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나는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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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얼마 전 지역 대학 학생 두 명이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을 찾았다. 지역신문 기자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나는 비교적 젊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서른세 살 기자가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첫 질문을 받았다.
“중앙언론과 비교했을 때, 지역신문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잠시 숨을 고른 후 답했다. “지역에는 정말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이슈가 많아요. 이를테면 지자체 예산이나 지방의회 조례처럼 시민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문제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지역민들에게 보이지 않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서울 언론은 애초에 다가가기 어렵거나, 계속 따라붙기 어려운 주제들이기도 하고요.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지역 이슈를 지치지 않고 추적하는 역할이 지역 언론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재미가 없으니 대중의 이목을 끌긴 어렵죠.”
나의 장황한 답변에 “멋져요”라는 학생의 호응은 뜻밖이었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며 '멋지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자 지망생이었던 20대 초반의 나를 반추했다. 그때는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선의를 지닌 기자를 동경했다. 내가 그런 기자가 되어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박수를 받고 싶다는 욕망 또한 있었다. 그 선의와 욕망 중 어느 쪽이 더 컸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두 가지가 섞인 마음이 기자직에 대한 낭만과 환상이었으리라.
스물여섯 살에 나는 운 좋게 지역신문사에 들어왔다. 첫 한 달, 선배들을 따라 출입처를 돌며 일간지 기자의 하루를 배웠다. 하루빨리 취재 현장에 뛰어들고 싶었던 나에게 선배 중 한 명은 “도망쳐!”라고 말했다. 농담이었겠지만, 그 말 속에 뼈가 있었다. 또 어떤 선배는 별다른 이유 없이 나에게 모질게 굴었다. 시간이 지나니 왜 선배들이 그랬는지 나름의 이유를 알겠다. 아직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내가 갸륵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딱해 보이지 않았을까. 이 험한 길을 가려 한다니,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을 터이다. 지역신문사를 찾아와 지역신문 기자를 인터뷰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나는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지역신문은 대개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균열들'을 다룬다. 지역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틈, 혹은 사소한 금이다. 보통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나중에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후들이다. 심상찮은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기록하는 것이 지역기자의 능력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것을 잘해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을 유지하게 만드는 일. 그런 일은 크게 박수받지 않는다.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선의는 분명 '멋진'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으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30대 중반쯤이면 많은 지역 기자들이 회사를 떠난다. 선의와 동경, 낭만은 생계 앞에서 흔들린다. 지금 길을 틀지 않으면 영영 빠져나올 수 없다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역 기업의 홍보실로, 또 누군가는 공공기관으로 옮겨 간다. 어떤 이는 아예 이 지역 자체를 떠나 홀연히 사라진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이들이 있다.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다.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기자직에 미련이 남아서일 수도 있다. 다만,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쓴 기사가 아무도 모를 균열 하나를 막아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 말이다.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를 지켜냈다는 감각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나름의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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