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 속…MBC, 故 오요안나에 명예사원증 전달→대국민 사과 [ST종합]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MBC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유족과 대국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故 오요안나는 사망 1년 만에 명예사원이 됐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안형준 MBC 사장과 故 오요안나 유족이 함께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MBC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명예사원증을 수여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故 오요안나를 향한 묵념에 이어 합의서 서명식이 진행됐다. 이후 안형준 사장이 故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 씨에게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장 씨는 흐느껴 울었다.

안형준 사장은 "먼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기도 하다"며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장 씨는 MBC에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하며 28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는 "먼저 많은 회원들의 응원과 염려 도움 덕분에 단식 28일 만에 끝날 것 같지 않은 MBC와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게 됐다. 함께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린다"며 "제가 분향소에서 곡기를 끊고 28일간 단식 농성을 이어갔던 일이 벌써 꿈 같고 이제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서 MBC에 와 있다는 것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 몇 달간의 싸움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말들이 떠오르지만, 투쟁 시작의 때에 제 마음과 이제 농성을 마치고 회사와 조인식을 하고 있는 지금의 마음, 이 두 가지를 전해드리겠다"며 "우리 요안나는 정말 MBC 방송국을 다니고 싶어 했다. 그리고 MBC에 입사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방송 일을 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날 저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그동안 하늘이 무너지고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MBC에 대해서 분노가 가슴 깊이 남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다가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들을 통해서 어떤 이유로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요안나처럼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프리랜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분들이 MBC 앞에서 요안나를 위해 천도회를 지내주시고 진심으로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신 날 저는 결론이 어떻게 되든 이 사람들과 좀 더 싸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MBC의 자체 조사 결과 노동부 특별 감독, 근로감독 이후 여전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회사 앞에 단식 농성장을 차리게 됐다. 그때 저는 정말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마음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역시 개인 간의,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기상캐스터 정규화 요구는 제2의 요안나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발표한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과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폐지가 앞으로 어떻게 실현될지 꼭 지켜보겠다"며 "무엇보다 새 제도 도입으로 기존 기상캐스터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행히 이번 교섭을 통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 오늘 회사가 약속한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약속은 그 무게가 매우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투쟁을 거치면서 얻어낸 결과는 또다시 알맹이가 없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MBC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오늘의 약속을 하나씩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농성장에 오시는 분들께 어느새 자연스럽게 동지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함께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앞으로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저도 얼른 건강을 회복해서 비정규직이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도 나름대로 몸을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는 박건식 MBC 기획조정본부장,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 김유정 노무사, 박정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기상캐스터들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박 본부장은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과 달라진 점은 없다. 앞으로 MBC 뉴스에서 날씨와 관련된 보도는 기상기후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방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고 지금의 형태로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따라서 지금 기상캐스터 분들은 계약 기간까지 근무하시고 그 업무는 종료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다만 그분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저희가 구체적으로 밝힐 바는 아니고, 그분들과 충실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기상캐스터들이 지원 자격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의 기상캐스터 분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기상캐스터들이 그 자격 조건 부분에 있어서 특별히 다른 분들과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불이익이 없는 만큼 또 별도의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별도의 트랙으로 저희가 준비를 하고 있다. 별도의 트랙이라고 표현한 건 따로 채용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기존의 기상캐스터 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취지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과 관련한 질문에는 "가해자란 지칭은 부적절한 것 같다.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는 얘기다. 지금 소송 중에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저희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박정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사실 교섭을 하면서 MBC 내부의 여러 가지 반발이나 반대 기류가 굉장히 높았다. '이렇게 반발할 수가 있나', 'MBC 구성원들이 시험 보고 들어가서 합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벽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했는데 두 본부장님들이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고 설득해 주셔서 한 걸음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을 잃은 어머님이 딸을 유가족이 3일 이상 단식한 적이 없다. 28일은 곡기를 끊어야 합의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슬프다"며 "거기다가 이 합의안도 부족한 합의안인데도 불구하고 어머님께서 보상금이나 다른 어떤 것보다 딸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 합의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은 희망이 돼서 방송사의 프리랜서 정규직화,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 작은 물꼬라도 트자 해서 오늘도 어머니께서 부족한 합의안을 받아주셨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저희가 제일 우려했던 것은 아까도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제도 개선과 정규직 직무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일을 하고 계셨던 분들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머님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는데 그것 때문에 누군가 해고되거나 불리한 처우를 당하면 그것은 어머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저희가 합의서에 노사가 공의 마음을 모아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늘 여기 와 계신 많은 동지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일이다. 감사드린다"며 "이분들의 힘으로 이 상암동을 비롯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가 조금씩 개선돼 나갔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방송국의 기상캐스터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리포터 분들, 또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하나둘 정규직으로 전환돼서 우리 사회의 고용 구조, 특히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방송사의 고용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故 오요안나는 지난 2021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날씨 뉴스를 전하며 시청자를 만나왔다. 그러던 지난해 9월 1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후 지난 1월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특정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캐스터 4명 중 한 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MBC에 공식사과 및 재발방지 입장 표명,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서부지청 합동으로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약 3개월간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괴롭힘으로 볼만한 행위가 있었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보호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MBC는 "故 오요안나 씨에게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관련자 조치와 함께 조직문화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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