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故오요안나 향해 마침내 고개 숙인 MBC…사망 1년 1개월만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1층에서 故오요안나 유족과 MBC의 조인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MBC 안형준 사장과 고인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은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이어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안형준 사장이 건네는 故오요안나의 명예사원증을 받았다. 장 씨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애썼지만 손에 명예사원증을 받은 순간 결국 오열했다.

이어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씨는 “우리 요안나는 진짜 MBC 방송국을 다니고 싶어했다. 입사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던 딸이 세상을 떠난 후 나의 삶 이유도 사라졌다. 하늘이 무너졌다.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MBC에 분노가 일었고 가슴에 깊이 남았다.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을 통해 이야기를 어떤 이유로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흘러 프리랜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딸의 천도제를 지내주고 진심으로 추모를 해주시는 걸 보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함께 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먹이던 장 씨는 “새 제도 도입으로 인해 기존 기상캐스터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뺏기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이번 교섭을 통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 제도 개선, 재발방지 약속은 무게를 방송가가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면서 “알맹이가 없는 결과로 그쳐져서는 안 된다. MBC가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해달라. 하늘의 요안나와 함께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MBC 사옥 앞 마련된 고인의 추모 공간에 들러 분향하고 고인의 어머니를 위로했다.

김유경 노무사 등 유족 측은 “딸을 잃은 유가족이 28일이나 곡기를 끊어야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 이번 합의문이 많이 부족함에도 이 합의가 비정규직의 작은 희망이 돼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것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고인의 어머니께서 이를 받아들여줬다”면서 “처음부터 피켓에 적었던 문구는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제도 개선 방안 등이었다. 이 부분들이 합의서에 담겼다. 다만,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故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했고,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휴대전화에서는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인에 관한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고인이 프리랜서인 점을 들어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MBC 대국민 사과와 별개로, 가해자로 지목된 전 기상캐스터 A씨와 유족의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김도균)는 오요안나의 유족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에서 양측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고, 11월 25일 3차 변론기일이 열린다. A씨는 지난 5월 MBC와 계약이 해지됐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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