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원 넘는 수도권 아파트 대출 한도 2억원으로 줄어든다

오는 16일부터 25억원이 넘는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최대 6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어든다. 또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개인이 1년 동안 버는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드는 비율)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현재 1.5%에서 3%로 오른다. 이에 따라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받아갈 수 있는 대출금이 7200만원(30년만기·금리 3.5% 수준)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6억원으로 일괄적으로 묶었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넉 달 만에 추가로 축소한 것이 핵심인데, 시장에서는 10억원이 넘는 현금 보유자들이 50만명이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현금 부자만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출 증가 속도가 상당히 둔화됐지만, 고가주택 위주로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금 10억원 이상 쥔 부자들 46만명인데… 강남 아파트 잡겠다며 대출 한도 4억원 더 줄인다는 정부
이날 발표된 대책에 따르면 현재 최대 6억원으로 제한돼 있는 수도권·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시가) 수준에 따라 더 줄어든다.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지금보다 4억원 줄어들게 되고,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으로 대출한도가 2억원 더 줄어든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지금처럼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구입 수요를 보다 강력하게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방안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약 46만 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대출금 4억원이 부족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구매를 접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대출을 6억원으로 일괄적으로 묶어도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그만큼 현금 부자가 많이 때문인데, 4억원 추가로 묶어 본들 큰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현금 부자들만 강남 아파트를 사라는 것을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주비대출(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인해 조합원이 기존 주택에서 이주할 때 받는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의 경우는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한도가 지금과 같이 6억원으로 유지된다.
◇DSR 규제 강화로 1억원 연봉자 대출 한도 7200만원 줄어든다
이와 함께 16일부터는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DSR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현재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오른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받은 사람(차주)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가 아니라 대출 한도액을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스트레스 금리(1.5%)를 더해 대출 한도액을 산정하면, 원리금 부담액이 늘어나 대출 한도액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연소득 1억원인 대출자가 30년 만기, 연 3.5% 이자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5억2800만원으로 약 72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견제 장치로 마련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금까지 한번도 DSR 산출에 반영되지 않았던 전세대출도 오는 29일부터 일정부분 반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1주택자(소유주택의 지역은 무관)에 한해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대출 원리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 원리금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그만큼 받아갈 수 있는 대출액이 줄어들게 된다.
가령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6000만원의 신용대출(금리 4.5)을 안고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최대 2억원(3.5% 금리 가정)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 525만원 수준의 전세대출 이자가 DSR 산출에 적용되는 원리금으로 잡히면서, 약 1억5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전세대출 원금은 DSR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원금은 임대인이 반환하는 전세금을 통해 만기에 일시 상환되는 바, 임차인의 상환능력 심사 필요성이 낮다”며 “이번 조치가 무주택 서민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에 우선 적용하지만, 향후 전세대출 DSR 시행 경과 등을 봐가면서 단계적인 확대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치는 금융권의 전산 시스템 구축 시간 등을 고려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축소 통제 방안, 내년 1월로 앞당기기로
이밖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는 시기를 기존의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올리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돼 자본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해당 조치로 내년 은행권이 취급할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30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대한 관리수준을 강화하고,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공급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거시건정선 규제를 조기에 시행하게 됐다”며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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