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이 100일간 밝힌 진실은? [특검IN]

이은기 기자 2025. 10. 1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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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일 출범한 특검 수사 결과, 그동안 ‘설’에 그쳤던 윤석열의 격노가 확인됐다.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 인사들은 새 구명 로비 창구로 떠올랐다. 특검이 지난 100일간 밝혀낸 진실을 살폈다.
9월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첫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채 상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특검 수사가 윤석열 턱밑까지 향했다. 윤석열에게 10월23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VIP(윤석열) 격노’에서 출발한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2개월 만의 일이다. 7월2일 출범한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한 끝에 100일 넘게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그동안 ‘설’에 그쳤던 윤석열의 격노가 확인됐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을 비롯한 개신교 인사들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새로운 구명 로비 창구로 떠올랐다. 〈시사IN〉은 특검이 지난 100일간 밝혀낸 진실을 살폈다.

채 상병 특검은 한 장병의 ‘억울한 죽음’에서 출발했다.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이 이끄는 해병대수사단은 열흘간의 수사 끝에, 2023년 7월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지휘관과 간부들이 위험을 방지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못해’ 채 상병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책임자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사흘 후인 2023년 8월2일,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었다. 그런데 장관 보고 하루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2023년 7월31일부터 장관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7월31일), 해병대수사단이 예정대로 이첩한 수사 기록 회수(8월2일), 박정훈 대령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해병대수사단 압수수색(8월3일),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시작(8월9일), 재검토 결과 경찰 재이첩(8월24일) 등 수사 외압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 결과 임성근 전 사단장은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2023년 8월11일 당시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훈 대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2023년 8월9일 해병대수사단을 향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석열이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를 뒤엎고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책임자를 축소했다는 게 외압의 골자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31일 오후 5시쯤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VIP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이 입을 다물면서 지난 2년간 ‘전언의 전언’에 그쳤다.

채 상병 순직 2년 만에 특검이 출범했다. 목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왜 채 상병이 순직했는지 책임을 규명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윤석열이 직권을 남용해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경찰 등 권력 기관이 총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방위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채 상병 특검은 ‘VIP 격노설’ 규명부터 시작했다. 우선 2023년 7월31일 윤석열이 격노했다고 알려진 대통령실 외교안보 분야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를 7명으로 특정했다. 윤석열을 포함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이충면 외교비서관,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 등으로, 모두 ‘VIP 격노’의 목격자들이다. 윤석열과 김용현을 제외한 회의 참석자 5명은 그간 침묵하거나 부인해온 것과 달리, 모두 ‘윤석열이 화를 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02-800-7070’ 발신자는 윤석열

‘설’에 그쳤던 주장이 목격자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회의 참석자 5명의 진술을 종합하면, 윤석열은 2023년 7월31일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채 상병 순직사건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이 사실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차관, 박진희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4명에게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전 장관도 특검 조사 과정에서 수사 외압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내선 번호 ‘02-800-7070’의 발신자가 윤석열이라고 시인했다.

7월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채 상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수사 외압의 출발점을 확인한 특검은 이첩 기록 회수,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등 구체적으로 외압이 가해진 국면마다 윤석열이 개입한 정황을 추가로 확보했다. 2023년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대령 ‘항명의 증거’라며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을 당일 회수했다. 기록 회수에 관여한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요청에 따라 협조했고, 조태용 실장은 이첩 당일 윤석열이 수사 기록을 회수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윤석열은 회수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2023년 8월9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재검토에 돌입했다. 채 상병 특검은 해병대수사단에 이어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른바 ‘2차 수사 외압’이다. 이때 이종섭 당시 장관의 비서실장 격이던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주된 역할을 했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국방부 조사본부 지휘부와 60여 차례 연락해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박 전 보좌관의 연락이 외압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윤석열은 왜 임성근 전 사단장을 구하려고 했을까? 당초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은 단체 대화방 ‘멋쟁해병’ 존재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김건희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불법 청탁을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멋쟁해병’ 참여자와는 별개로, 개신교 인사들이 구명 로비에 연루된 정황을 새롭게 포착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등이 구명 로비 중간고리였을 수 있다고 보고 7월18일 김장환·이영훈 목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구명 로비 수사는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디다. 김장환 목사가 수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김 목사는 “불법 부당한 수사”라며 세 차례 특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김장환 목사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10월2일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23년 7월31일 7인 회의 전후로 주요 공직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하던 시기인 그해 8월 무렵 윤석열을 직접 만난 것은 물론이고 임성근 전 사단장과도 통화했다. 다만 특검은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내용 없이도 수사 외압 범죄 사실을 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9월23일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채 상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채 상병 특검은 ‘런종섭’ 의혹의 정점에 윤석열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방해 의혹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중 주오스트레일리아(주호주) 대사로 임명돼 한국을 떠났다. 특검은 윤석열이 수사 회피 목적으로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빼돌리려 했다고 보고, 박진·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이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외교부 관계자들을 연달아 소환했다. 특검 조사에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전임자인 박진 전 장관은 이종섭 전 장관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과정에 ‘윤석열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주요 피의자 구속·기소 없는 이유

채 상병 특검은 국방부 검찰단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관계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윤석열 수사 외압의 ‘또 다른 도구’가 됐다는 의심을 받는 기관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대령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죄로 무리하게 구속하기 위해 영장 청구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박정훈 대령은 항명 혐의로 기소되자 2023년 8월 인권위에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박 대령의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모두 기각했는데, 특검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2023년 8월 중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이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월29일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채 상병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진실을 말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아직 수사 성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채 상병 특검은 10월9일 현재까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과 달리 주요 피의자 구속·기소 사례가 없다. 두 특검과 비교해 실적이 없다는 지적에 특검은 공소 유지에 대비해 진술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민영 특검보의 설명이다. “우리 사건의 주된 혐의가 직권남용인데, 직권남용죄는 다른 죄에 비해 법정에 갔을 때 치열하게 다퉈지는 종류의 사건이다. 당사자들이 나중에 법정에 갔을 때 입장을 바꾸거나 다른 얘기를 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려면 (수사 단계에서) 진술 내용을 잘 다지는 게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직권남용(형법 제123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직권남용 혐의는 피의자에게 남용할 만한 ‘직권이 있는지’부터가 쟁점이 되기 때문에, 주변 관계자들을 조사해 윤석열이 어떤 직권을 갖고 있는지, 타인의 어떤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수사 방해’ 관련 윤석열의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첩 보류’는 이 전 장관의 직무 권한에 속하는 데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 방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장관 주장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한 차례 더 수사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11월2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은 그간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윤석열의 범죄 사실을 정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윤석열과 이종섭 전 장관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할 것을 공모해, 해병대수사단의 경찰 이첩을 방해하는 등 이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남용했다는 지점도 검토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10월 중순경에는 실질적인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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