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시민과 상생하는 軍,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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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은 태조 이성계가 한때 도읍지로 삼으려 했던 곳이다.
무학대사의 만류로 뜻을 접었지만, 600년이 흐른 뒤인 1989년 육·해·공 3군본부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국방수도'라는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계룡은 말 그대로 군과 시민이 함께 성장해온 도시다.
군이 지자체와 협력해 공원, 체육시설, 문화공간 등 공익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면, 군은 시민과 함께 숨 쉬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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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은 태조 이성계가 한때 도읍지로 삼으려 했던 곳이다. 무학대사의 만류로 뜻을 접었지만, 600년이 흐른 뒤인 1989년 육·해·공 3군본부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국방수도'라는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그러나 군이 들어섰다고 해서 곧바로 도시가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인구가 늘지 않아 시 승격조차 지연되었고, 2003년에야 비로소 법 개정을 통해 독립된 도시가 되었다.
이제 계룡은 달라졌다. 저출산과 지방소멸이 전국적 흐름이 된 지금, 충청남도 남쪽에서 드물게 인구가 늘고 있는 도시다. 대전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도 있지만, 군인과 그 가족, 그리고 전역 후 정착하는 퇴역 군인들의 유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계룡은 말 그대로 군과 시민이 함께 성장해온 도시다.
문제는 도시의 기반이다. 과거 면(面) 단위의 작은 지역에 급격히 도시가 형성되다 보니 여가와 문화, 체육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전역 군인들을 중심으로 파크골프장 같은 생활체육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이를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재정 여력이 약한 기초지자체가 민간 부지를 사들이기는 어렵고, 시내 대부분의 땅이 국방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에 계룡시는 여러 차례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해 왔지만, 군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군사적 목적이 있거나 향후 활용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부지 제공이 번번이 거절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 시설도 없는 땅, 드물게 군의 활동이 이뤄지는 황량한 공간이 방치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군이 민간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일부러 비워둔 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텅 빈 부지는 곧 '군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물론 국방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건물 하나 없는 땅이라도 작전상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그런 부지가 과도하게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은 현대전보다는 과거의 재래식 전쟁 개념에 따라 지정된 곳들이다. 설령 전시에 필요하다 하더라도, 영구시설물을 짓지 않는 조건이라면 평시에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2023년 7월 "군 임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유휴부지를 지자체 공익사업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실천이 미흡하다.
지난 12·3 내란계엄은 우리 군의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밤중에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진입해 국민을 위협하는 장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내란에 직접 가담한 인원은 극소수였지만, 그날의 사건은 군 전체에 대한 인식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이제 군이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진심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군이 가진 자원, 특히 평시 활용도가 낮은 유휴부지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군이 지자체와 협력해 공원, 체육시설, 문화공간 등 공익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면, 군은 시민과 함께 숨 쉬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이런 공간은 군인 가족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며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국방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군이 가진 것을 나누고, 시민과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국민의 군대가 된다. 시민과 상생하는 군,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황명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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