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대에서 검은 장갑 끼고 “이제 됐어요”… 마타 하리는 이중 간첩?
1917년 10월 15일 41세

1917년 10월 15일 마타 하리(1876~1917)는 몸도 묶이지 않은 채 처형대에 섰다. 프랑스 재판부는 그에게 독일 간첩 혐의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날 처형 장면을 취재한 인터내셔널 뉴스서비스 헨리 웨일스 기자는 처형대에 선 마타 하리의 옷차림부터 총살 순간까지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마타 하리는 “얇은 비단으로 만든 검은 스타킹을 신고 검은색 긴 벨벳 외투”를 입었다. 그리고 무심한 태도로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이제 됐어요”라고 말했다. 총성과 함께 쓰러진 그의 모습은 마치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는 “무릎을 꿇으면서 허리가 꺾이며 뒤로 넘어졌다.”
2006년 번역 출간된 책 ‘역사의 원전’(바다출판사)에서 서술한 마타 하리의 최후 모습이다. (2006년 7월 15일 자)

본명은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젤러.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 말로 ‘태양’이란 뜻이다. 네덜란드 태생으로 군인 루돌프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으나 이혼했다. 남편 주둔지인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살 때 배운 춤으로 프랑스 파리 ‘물랭루주’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고위 장교, 유력 정치인, 재계 인사 및 네덜란드 총리, 프로이센 황태자 등이 그의 주요 고객이었다.
마타 하리는 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 2월 파리에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양쪽에 기밀 정보를 건네는 간첩 행위를 했다는 게 프랑스 당국의 설명이었다.

마타 하리는 “프랑스 고위층에 접근해 군사 기밀을 넘겨주는 대가로 독일 정부에서 2만프랑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마타 하리가 암호명 ‘H21’로 활동하며 “연합군 병사 5만명을 죽일 수 있는 군사 기밀을 빼냈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정말 스파이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99년 1월 영국 정보기관 MI5는 마타 하리가 독일군에 주요 군사 정보를 빼돌렸다는 프랑스 측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타 하리는 1930년대 한반도에도 알려졌다. 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주연한 영화 ‘마타 하리’가 1933년 3월 단성사에서 상영했다. 1933년 7월 17일 ‘국제 스파이 비화’라는 시리즈 기사에서 마타 하리 스토리를 소개했다.
마타 하리는 영화·연극·뮤지컬·발레 등에서 자주 소재로 채택했다. 1985년 4월 실비아 크리스털 주연 영화 ‘마타 하리’가 개봉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1993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마타 하리’ 주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지영은 2018년 국립발레단 신작 클래식 발레 ‘마타 하리’에서 관능적인 춤을 선보였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2025년 3월까지 창작 뮤지컬 ‘마타 하리’를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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