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조용필 신드롬과 방탄·블핑의 미래

2025년 추석연휴 기간의 최대 화젯거리는 조용필 콘서트 방송이었다. 추석연휴에 방송된 내용은 지난 9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연을 녹화한 것으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라는 제목이었는데 시청률이 전국 기준 15.7%(닐슨코리아)였다. 순간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으니 3~4%만 나와도 성공이라는 요즘 음악방송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조용필이 부단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그는 시대 감수성에 맞게 자신의 음악을 창작하고 대중과 팬들의 음악적 수용성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히 현역 가왕으로서 신곡 작업을 해왔는데 2013년 19집 수록곡 '헬로'와 '바운스'에 이어 11년 만에 7곡을 수록한 정규 20집 '20'을 발표하고 이번 무대와 방송에서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래도 돼' 무대장면은 최고 시청률이 18.2%까지 치솟았다. 다른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신곡이 이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중과 팬도 익숙한 곡을 넘어 신곡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성에도 특징이 있었다. 75세 나이에 150분간 28곡을 연속해서 불렀다는 점인데 게스트 토크 등을 넣으며 시간을 늘리는 일은 없었다. 그의 노래를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젊은 가수도 쉽지 않은 조용필의 열창은 절창으로 파편화된 디지털 시대에 예술장인으로서 더욱 귀감이 됐다. 콘서트 당시와 다른 콘텐츠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특별무대 '슬픈 베아트리체'를 선보였는데 이는 단순히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것과 달랐으니 콘서트장에 다녀온 팬도 방송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재방송된 특별판엔 KBS교향악단과 협연곡 '친구여' 미공개 무대도 넣었다. 단순한 우려먹기 식의 구성과 편성이 아니었던 점은 생각할 여지가 컸다.
어느새 텔레비전 매체가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돼 더이상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진리처럼 됐다. 드라마 시청률이 1% 이하를 기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청률을 구출하기 위해 아이돌을 끼워넣기도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소외됐던 음악팬들이 조용필 콘서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미디어 환경이기도 했다. 아이돌이나 트로트 장르로 양분된 그 사이에서 피로감에 시달린 국민이 분명 많았다. 조용필의 사례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구성한다면 얼마든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조용필 신드롬'은 절대가치의 모범적인 사례다. 온 생애에 걸쳐 음악을 시도하고 구축한 장인정신과 그 노고의 결과물들은 대체할 수 없다. 케이팝 장르로 불리며 우리 아이돌음악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이런 조용필 사례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몇 년 안 돼 그룹의 멤버들이 이탈하거나 해체돼 연기자나 방송인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다. 최근 20년이 된 아이돌그룹도 생겨나고 해체됐던 그룹들이 재결성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 음악산업이 안정적으로 구축됐음을 말해준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처럼 개별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롤모델이 됐다. 이런 멤버들이 75세, 아니 80세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때쯤이라면 머리가 하얗게 센 세계인들이 한국에 운집할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전 지구에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돈을 낸 사람들만 유료로 볼 수 있게 되면 문화 향유권이 제한된다. 이번에 조용필 콘서트가 화제가 된 것은 누구나 볼 수 있었던 공영방송 시스템 때문이다. 넷플릭스 등의 OTT 플랫폼은 유료로 결제해야 볼 수 있다. 스포츠경기는 이미 그런 단계에 진입했다. '조용필 신드롬'을 보며 국민들에게 보장돼야 할 문화 향유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나 소속 기획사, 정부 관련 부처의 노력이 필요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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