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 미술전쟁… 너도나도 ‘중동’으로 가는 이유
아트바젤·프리즈, 중동 첫 진출
“국내 미술계에도 새 시장 열려”

지금, 세계 미술 시장의 눈은 사막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꼽히는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나란히 중동으로 진출하면서 내년부터 ‘사막 위 미술 전쟁’이 벌어진다. 프리즈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와 협력해 내년 11월 ‘프리즈 아부다비’를 선보인다고 13일(현지 시각) 밝혔다. 앞서 아트바젤이 지난 5월 카타르스포츠투자청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트바젤 도하’를 출범시킨다고 밝힌 지 5개월 만이다.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마르지 않는 돈 ‘오일 머니’의 파워가 급부상하는 것이다.
◇프리즈 아부다비 vs. 아트바젤 도하
프리즈는 새 페어를 여는 것이 아니라 지난 17년간 현지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아부다비 아트’를 통째로 인수했다. 2008년 창설된 ‘아부다비 아트’가 올해 11월 마지막으로 열린 뒤, 내년부터 ‘프리즈 아부다비’로 전환된다. 첫 페어는 내년 11월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에서 열리며, 중동과 전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모하메드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회장은 “아부다비 아트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서울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거점을 중동에서 마련하게 됐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프리즈의 글로벌 플랫폼을 더해 아부다비의 성취를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선은 아트바젤이 먼저 끊는다. 내년 2월 열리는 제1회 ‘아트바젤 도하’에는 50여 갤러리가 참여한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미술 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컬렉터 형성은 아트바젤의 핵심 사명”이라고 했다.

◇오일 머니에서 ‘컬처 머니’로
경매사는 이보다 먼저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을 대표하는 소더비는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글로벌 경매를 열었다. 출품작 117점 중 77점이 낙찰되며 1730만달러(약 248억원) 매출을 올렸다.
중동 국가들이 그간 드라이브를 걸어온 ‘문화예술 투자’ 효과도 컸다. 2017년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지난해 관람객 140만명을 모았고,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내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두바이는 페로탕 같은 서구 메가 갤러리가 입성한 데 이어 20년간 두바이 아트페어를 이어왔다. 카타르는 국립박물관청 이사회 의장인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 등을 앞세워 초고가 미술품 컬렉션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의 새 판을 짜고 있다.

◇“국내 미술계에도 새 시장 열려”
국내 미술계에서도 중동 시장 비중은 커지고 있다. 2012년부터 ‘아부다비 아트’ 페어에 참여해 온 이화익갤러리는 동양화가 허달재의 매화 그림, 김덕용의 자개 풍경화 등 한국적 색채가 진한 작품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뒀다. 이화익 대표는 “중동 컬렉터들이 동양화에 바탕을 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해 매년 성과가 좋다”고 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축구 구단주들도 중동이 장악한 것처럼 문화·예술·스포츠 산업에선 결국 ‘돈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시장이 불황일수록 새로운 자본 공급처를 찾아서 움직이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한국 갤러리나 작가들에겐 새 시장이 열린 것이니 기회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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