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겁고 신뢰할 만한 마음
4. 도수영-‘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도수영의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민음사, 2025)은 소위 ‘햄스터’ 연작이라고 칭할 만하다. 「돌아온 햄스터」, 「햄스터 잠들다」, 그리고 「달려라 햄스터」 등의 연작형 단편들과 표제작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그리고 마지막 작품 「골든」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햄스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돌봄에 관한 발랄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결국 교사를 상대로 한 학부모의 소송 문제와 어린 학생들의 양육 실태를 폭로하는 둔중한 고발로 마무리된다. 가볍고 깜찍한 환상 동화가 씁쓸하고 무거운 다큐멘터리로 끝난다고 할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통제와 감시로 돌변한 돌봄과 사랑의 정동이 가족이라는 허구의 울타리 속에서 자행하는 폭력의 민낯이다
「돌아온 햄스터」의 ‘나’는 편의점 알바이자 소설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등단은 쉽지 않고 멀쩡한 직장을 구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과 현실의 압력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화자는 잃어버린 반려 햄스터를 찾던 30대 중반의 여성 염혜원을 만나 그녀의 햄스터가 된다! 마침내 스스로 케이지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안락감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해피엔딩의 속내는 간단치 않다. 소설 속 소설 「햄스터 잠들다」에 따르면, 혜원(소설 속의 정원)이 만든 가족이라는 ‘케이지’는 텅 빈 둥지로 판명된다. 남편과 아들을 향한 그녀의 돌봄은 무시되기 일쑤고 그들은 가능한 그녀에게서 멀리 달아날 기회를 엿보기만 할 뿐이다. 어쩌면 이 이율배반은 가족이 된다는 과정이 함축하고 있는 통과의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의 어려움을 인내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돌봄의 기우뚱한 불균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달려라 햄스터」는 이 깨달음과 더불어 돌봄이 통제로 변하는 그로테스크한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햄스터가 되어버린 현수)가 쓴 소설에 불만을 품고 그 결말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려는 혜원의 욕망은 사랑하는 대상을 굶기고 협박하며 방치하기까지 한다. “화났어? 그렇다고 손가락을 물어? 이렇게 아프게. 어쩌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기가 막히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그걸 모르겠니?” 우리는 이 말을 모르지 않는다. 익숙하고 진부해서 오히려 낯선 이 이야기들을.
이 역설적 허위의 목소리를 학교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이다. 7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화자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겪는 학부모와의 갈등은 아이들을 둘러싼 두 훈육 주체의 화해할 수 없는 대립의 양상을 극대화한다. 이 대립의 절정 속에서 끝내 죽음으로 자신의 교육 열정을 소명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교사의 비극적 현실을 떠올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의 취약성이 통제와 감시로 내면화된 부모의 규율에 휘둘릴 때 우리 사회의 공적 가치는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장편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골든」은 이 작가가 ‘햄스터’ 돌보기라는 메타포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여기에는 가정 폭력 및 영아 살해 혐의와 맞물린 돌봄 취약 계층 가족의 민낯이 한없이 순진하고 해맑아서 그 폭력의 강도가 대조적으로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시점을 빌려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이 소설을 덮을 즈음 우리는 해결할 길이 요원한 빈부 격차와 학교 내 따돌림, 왕따, 교사 폭력 위협으로 두드러지는 한부모 가정의 고립 등 우리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회적 의제를 마주하며 먹먹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된다.
반려동물의 카스트 세계에서 개나 고양이와 달리 거의 불가촉천민에 가까운 햄스터가 우리를 이러한 깨달음의 현장 속으로 끌고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첫 장편을 상자한 작가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교실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젊은 선생님을 애도하고 현장의 교사들이 짊어진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덜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에서 기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크고 무겁고 신뢰할 만한’ 마음이 다음 소설을 기다리게 만든다.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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