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절망으로…’ 무너지는 전남 흑염소 산업

김진수 기자 2025. 10. 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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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생산량 정체 속 수입량은 급증세
지역내 사육농가 분뇨 처리 문제도 심각
‘이력제’·‘수입쿼터제’ 등 도입 요구 봇물
문금주 “정부, 전략산업 인식” 대책 촉구
사진=아이클릭아트
‘개 식용 종식법’이 통과된 이후 전남지역 많은 농민과 귀농인들이 흑염소 산업을 새로운 희망으로 보고 사육 규모를 확대했지만 불과 1-2년 만에 그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국회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14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흑염소 사육 두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생산량은 5천t 안팎에서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염소 수입량은 급증했다.

실제 염소 수입량은 2022년 3천322t에서 2024년 8천143t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2023년에는 국내 생산량(4천991t)보다 수입량(5천995t)이 더 많아지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이미 6천790t이 수입됐다.

국내 재래종 흑염소는 성장 속도가 느려 1년 이상 키워야 50㎏ 전후에 불과하지만 수입 보어종은 12개월 만에 60-100㎏ 이상 자란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국산은 수입산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 가격 기준으로 2023년 평균 66만원이던 흑염소 마리 당 가격은 올해 상반기엔 52만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일부 농가에서는 ㎏당 7-8천원에 판매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며 “키울수록 손해”라는 자조 섞인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산과 수입산이 뒤섞여 유통되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3건에 불과했던 적발 건수는 2025년 7월 기준 29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현행법상 국산 1%만 섞여도 ‘국산·외국산 혼합’ 표기가 가능해 시장 혼란이 심화되고 소비자 신뢰는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강진·장흥 지역은 축산농가가 밀집한 곳으로 흑염소 사육 농가의 분뇨 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인근 장흥의 퇴비·분뇨 처리시설이 외부 반입을 제한하면서 농가들은 분뇨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분뇨는 쌓이고 축사는 규제에 묶이며 흑염소 사육 농가의 부담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농가에서는 소·돼지·닭·오리처럼 흑염소에도 이력제를 도입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산지 혼란을 해소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을 넘어서는 비정상적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수입 쿼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국산 흑염소 소비 촉진과 판로 확보, 유통망 개선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금주 의원은 “정부가 개 식용 종식 이후 흑염소 산업을 대체 보양식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며 “흑염소 산업을 단순한 틈새 축종이 아닌 지역 경제와 농가 생계를 지탱하는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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