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통폐합, 이대로 좋은가 [1]위기의 지역대학

임명진 2025. 10.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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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소재한 대학은 저출산 현상과 함께 수도권 대학과의 서열화, 일자리 부족 등의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매년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난에 빠진 일부 대학은 대학 폐쇄 조치를 받고 있는데,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폐교한 대학의 수는 20여 곳. 그중 90%가 지방에 소재한 대학이다.

도내에서도 처음으로 4년제 사립대인 한국국제대학교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위기 상황에서 눈에 띄는 건, 지역 대학들이 지역 상생과 우수 인재 유치를 목표로 대학 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합종연횡'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대학 통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지방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도 따른다.

이에 도내 대학들의 통합 현황을 살펴보고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학생 인구 감소…지역대학의 존립 위기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저출산의 시대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1.24명을 정점으로 매년 하락해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지는 등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21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8개국 중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인 유일한 국가였으며 OECD 평균 출산율 1.51명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현재의 출산율 추이가 지속되면 향후 60년 안에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하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OECD의 예측도 있다.

현재 전문대학 등을 포함한 전국 대학교의 수는 2003년 357개교에서 2010년 345개교, 2020년 339곳, 2024년 332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학 알리미 등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2005년부터 100%를 밑돌고 있다. 대학의 정원 자체는 큰 변화가 없는데, 2021년부터는 전국 대학 정원 대비 신입생 충원이 되지 않는 '역전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들의 추가 모집에도 불구하고 전국 51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이 중 98%가 비수도권, 즉 지방 대학이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대학의 위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2022년 대학 알리미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정원 정책을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 가능 인원(입학자원)은 2021년 43만여 명에서 2040년 28만 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대입 정원(47만 2496명)을 계속 유지하면 입학자원의 감소로 대다수 지방 대학은 미충원 결원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또 다른 보고서에도 나타난다. 지난 7월 공표된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는 2036년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76.3%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지방 대학들의 존립 위기가 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대학 통합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영태 국립창원대 교학부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간 통합이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국립경국대학교'로 통합 출범했다.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는 '국립목포대학교'로, 도내에서도 국립대인 창원대와 도립거창대·남해대학이 통합해 내년 3월 '국립창원대학교'로 출범한다.

◇도내 첫 대학 폐교 사례

교육부의 '전국 폐교대학 및 청산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2000년 이후 폐교한 대학의 수는 모두 22곳이며 그 중엔 진주에 소재한 한국국제대학교가 포함돼 있다. 1978년 전문대로 출발한 한국국제대는 그동안 5만 명 이상의 지역 인재를 배출했다.

전문대 시절에는 보건의료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평가받았지만 2003년에 4년제 일반대학으로 학제를 변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2018년부터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다 2023년 7월 학교법인의 파산으로 도내 대학 중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문제는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폐교 대학의 관리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국제대 부지와 건물은 아직 완전한 청산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전, 단수 상태로 건물 훼손과 외부인 무단침입 등 각종 범죄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부 주도로 인근 대학으로 편입학을 갈 수 있었지만 160여 명의 교직원들은 그러지 못했다. 법인 자산의 매각이 완료되지 못하면서 전국 폐교 대학 중 유일하게 교직원들의 체불 임금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체불 임금 규모만 200여 억 원에 달하고, 학생 등록금, 업체 미지급금 등 각종 채무를 합치면 총부채는 38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교직원들로 구성된 한국국제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진주 지역 정치권은 경남도와 진주시 등 지자체의 적극적 관심과 잔여 재산의 매각과 활용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폐교 과정에서 교직원은 학생들의 편입학을 도우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진주시와 경남도로부터 어떠한 공식적 면담이나 지원을 받지 못했다"라면서 "지역 공동체가 대학의 해체를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심천식 목포대학교 기획처장 "통합, 하나라는 공감대 중요"

목포대학교는 전남도립대와 통합해 내년 3월 '국립목포대학교'로 출범한다. 심천식 목포대 기획처장은 "학령인구 감소는 특히 지방소재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라면서 "대학의 생존을 위해 지방 대학 간에 통합이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목포대와 전남도립대의 통합은 해양·에너지·농수산·바이오 등 지역 특화산업과 직결된 종합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대학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통합 대학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서로 다른 설립 주체, 문화, 운영 체계를 가진 대학들이 통합 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제도적, 문화적, 정책적 통합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감독'보다는 '조정자이자 촉진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먼저 국립대와 도립대의 법적 지위, 재정 구조, 인사제도 등이 달라서 이를 보완할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통합은 구성원 간 신뢰가 핵심이다. 각 대학은 고유의 조직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합 이후 단순히 두 대학의 합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과 정체성을 지닌 '하나의 대학'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 대학에 대해서는 지표 중심의 평가나 통제보다는 비전 중심의 전략 설계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과 지역민의 반응은?

▲통합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간의 불안과 우려가 존재했지만, 이를 해소하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양 대학 교직원·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쳤다.

통합추진공동위원회는 총 8회, 실무위원회는 23회 운영됐고, 전체 교수회의, 학생 설명회, 워크숍 등을 통해 통합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했으며 매우 높은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지역 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달리 등록금 외 수익 기반이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단기 사업 중심의 선택적 지원을 넘어 상시적·안정적인 재정지원 체계가 필요하며 각 지역의 산업구조와 사회적 수요에 맞는 맞춤형 특성화 전략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남은 해양·에너지·농수산업이 중심이므로 이에 부합하는 산학협력, 직무 중심 교육과정, 지역 연계 R&D 클러스터 구축 등에 정부가 체계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방 소멸 시대에 지역대학은 단순히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에 뿌리 내리는 청년 인재를 육성하는 플랫폼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의 대학일수록 외국인 기능 인력과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고등학교-대학-지역기업' 간 진로 연계, 주거·정주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과 예산이 함께 투입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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