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일 넘긴 중대재해 수사만 58건…인력 늘리고 전문성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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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하나 훔쳐도 금방 수사하고 처벌하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왜 이렇게 처벌이 더딘지 모르겠어요."
강지선(36)씨는 14일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는 문자메시지가 올 뿐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한 사건 1091건 중 1천일 넘겨 '수사 중'인 사건은 58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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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하나 훔쳐도 금방 수사하고 처벌하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왜 이렇게 처벌이 더딘지 모르겠어요.”
강지선(36)씨는 14일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는 문자메시지가 올 뿐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2년이 훌쩍 흘렀다.
강씨는 2023년 8월11일 당시 29살이던 동생 보경씨를 잃었다. 동생은 부산 연제구 디엘이앤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창호 교체 작업을 하다 떨어져 숨졌다. 회사 쪽은 사고 이후 장례식장에 노무사를 보내 민형사상 합의를 종용했다. 처벌은커녕 공식 사과도 강씨와 어머니가 본사 앞에서 장기 농성한 이후에야 이뤄졌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났으나 수사 당국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사 중’인 중대재해 사건은 적잖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한 사건 1091건 중 1천일 넘겨 ‘수사 중’인 사건은 58건에 이른다. 2년 넘게 수사 중인 사건도 170여건이다. 검찰에 넘긴 사건(236건)도 평균 송치 기간이 376.4일이었다. 혐의가 없다고 봐 내사를 종결하는 데도 평균 282.5일(152건)을 썼다. ‘수사 1천일 이상’ 사건(58건)은 건설업 31곳, 제조업 14곳, 지방자치단체 6곳, 기타업종 5곳, 공공기관 2곳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도 적잖다. 실제로 노동부가 가장 오랫동안 수사 중인 사건은 ‘현대제철 사건’이다. 2022년 3월2일 충남 당진공장에서 도금 작업 중이던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도금 포트에 빠져 숨졌다. 노동부는 1322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수사 중이다. 같은 달 8일 계룡건설산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굴착기 전도(넘어짐) 사망사고도 1316일째 수사 중이다.

수사 장기화 원인에 대해 노동부는 “경영책임자를 특정해야 하고, 경영책임자 의무 미이행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하고, 기업 쪽에서도 로펌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어 수사 난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표이사가 아니라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경영책임자라거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체계 구축 의무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기업과 로펌들의 주장을 반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쓰인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법 시행 초기 발생한 사건 중에는 수사 경험 부족 탓에 증거 확보에 애를 먹어 수사가 장기화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도 수사 장기화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은 입건부터 송치·종결까지 수사의 모든 과정에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검찰에선 근로감독관이 형법·형사소송법 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지만, 근로감독관들은 노동법 지식이 부족한 검사들이 불필요한 수사지휘를 남발한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의 모든 중처법 수사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중처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소극적인 수사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선 노동부와 검찰 모두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근속을 통해 근로감독관의 지식과 경험을 늘려야 하고,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 역시 빠르게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보강수사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과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검찰의 불필요한 수사지휘를 줄이고, 감독관의 수사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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