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와 MBC의 공영성 [미디어 전망대]

한겨레 2025. 10.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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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0일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 차린 고 오요안나씨 분향소 모습.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고 오요안나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의 어머니와 문화방송이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날은 단식 28일째. 합의문을 읽기도 전에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하던 많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명절 선물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농성장에서 딸을 위한 차례를 지냈다.

합의는 다행이지만, 그 과정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어머니가 곡기를 끊는 상황을 정말 막을 수 없었을까. 고인의 사망 이후 문화방송은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되자 “괴롭힘 신고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고, 진상조사위 결과도 법적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괴롭힘 사실은 있지만 고인은 프리랜서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판단 뒤에 숨었다. 이것이 어머니가 단식농성에 나서게 된 배경이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문화방송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요구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다.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을지라도, 유족을 상대로 교섭 자체를 거부한 태도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인의 1주기 추모문화제에 맞춰 일방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도 공감과 설득의 자세로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로 인해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농성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방송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기상캐스터들 사이의 사적 갈등으로 여기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또는 기상캐스터 직무가 프리랜서 고용 형태에 적합하다는 입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태도는 공영방송에 어울리지 않는다. 방송계에 프리랜서 고용 문제가 구조적으로 깊이 자리한 점을 고려하면, 법적 책임을 면하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 최선의 해법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개선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비록 늦었지만, 문화방송이 협상을 재개하고 고인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더 어렵다는 점이 남아 있다. 상업 재원에 의존하는 문화방송은 방송산업 위기로 재정의 어려움이 심화할수록 공적 책무 수행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경영난을 이유로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문화방송은 또다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당성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추석 연휴 빗속에 농성장을 찾은 언론인 지망생 청년은 “문화방송이 공정을 말하면서 정작 공정하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최근 문화방송은 공영방송협약 제도 도입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제도는 공영방송에 명확한 공적 책무를 부여하고, 그 이행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영방송은 재원 사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려는 문화방송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공영방송의 침체와 부진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이다.

공영방송협약 제도의 핵심은 소통과 협의에 기반을 둔 협치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문화방송의 자율적 책임 수행과 더불어, 공영방송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사회 등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리는 날, 문화방송은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조인식을 개최한다. 이날 발표되는 사회적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와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협약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어, 문화방송이 더욱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고 오요안나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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