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법조계 “모집책, 인신매매 혐의로 처벌해야”

김임수 기자 2025. 10.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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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 총 143건
국내 약한 처벌도 원인 지목…경찰 “한달 내 전원 송환”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질의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캄보디아 범죄단지 문제가 한 대학생의 죽음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캄보디아는 정부와 경찰의 부패, 범죄조직과의 유착 등으로 사실상 치외법권에 가깝다. 이들 범죄조직은 최근 고액 해외취업을 미끼로 국내 수사력이 미치지 않는 캄보디아로 2030 세대를 끊임없이 유인하는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사태 근절을 위해서는 피해자와 범죄조직을 연결하는 중간 모집책에 대해 인신매매 수준의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제 수사 공조 강화 및 범정부 차원의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0월13일까지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이 143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외교부 역시 "캄보디아서 안전 확인 안 된 한국인 80여명"이라고 별도 발표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중국계 갱단 등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대규모 사기 작업장이 50곳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불법도박, 리딩방 사기 등 다양한 범죄의 실행을 위해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피해자를 동원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취업사기나 로맨스 스캠 등으로 유인돼 캄보디아로 끌려온 뒤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하루 12시간 이상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히면 폭행·고문에도 시달린다. 결국 프놈펜에서 납치된 20대 대학생 박아무개씨가 일주일간 전기·몽둥이에 의한 고문 끝에 지난 8월 사망한 사건마저 발생했다. 박씨 시신은 2개월이 넘도록 국내로 송환되지 못하는 중이다.

사망 대학생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 '대학 선배'였다

사망한 박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사람이 같은 대학교 선배 홍아무개씨였다는 사실도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다. 홍씨는 국내서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박씨를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연결해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홍씨는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1월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첫 재판을 앞뒀다.

법조계에서는 중간·모집책에 대한 처벌 수준이 너무 가벼운 것이 이 같은 사태를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범죄 조직의 경우 주로 총책의 기획 아래 중간·관리책, 모집·유인책, 자금책 등으로 수직 계열화돼 활동한다. 이 가운데 중간관리책의 경우 기소 시 대부분 실형이 선고되고 있는 반면 나머지 모집·유인책, 자금책 등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항변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수의 형사 사건을 대리하는 김현정 변호사는 "사기범죄조직의 경우 중간책의 경우 잡히면 무조건 구속되고 실형이 선고되는 등 과거와 비교하면 엄격하게 처벌되는 추세"라면서도 "아직 국내 사기죄 처벌이 해외 등과 비교하면 가볍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재판에서도 사기죄는 주로 단독판사가 배정이 되고, 금액에 비례해서 형량이 가중되는 수준도 법감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번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같이 해외취업 알선 행위가 있다면 모집·유인책을 단순 사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넘어 약취유인, 인신매매를 적용한 형사처벌을 생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캄보디아 검찰에 기소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3명 ⓒ연합뉴스

국내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 거점을 둔 사기 범죄조직 수사를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인데,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국제공조가 예전보다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됐고, 경찰 역시 담당하는 수사 범죄가 대폭 확대된 데 비해 인력이나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국회에서 대폭 깎거나 동결 수준을 유지해온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검찰·경찰 특활비가 마약·보이스피싱 범죄 국제 공조 활동에도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해외 거점 사기조직은 검거되면 처벌이 세지만, 안 걸릴 것으로 생각하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는 증거보전도 제대로 안 되는 등 한계가 많다"라며 "수사하려면 현지 경찰 협조가 필수인데, 캄보디아 경찰을 움직이려면 거마비와 같은 '검은 돈'을 써야 한다. 우리가 활동비를 안 주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특활비가 이런 곳에도 쓰였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와 관련해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신속, 정확하게, 확실하게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을 10월15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캄보디아를 찾아 관할 당국과 구금된 한국인 송환 계획을 협의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구금 63명 한달 내 전원 송환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 사이버수사대는 '고수익 보장' 캄보디아 유인 글이 게시되는 구인·구직 플랫폼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보이스피싱 통합대응센터 분석 차단팀 등과 협조해 유인 의심 글을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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