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 폐호텔·빈 상가, APEC 앞두고 ‘도시 흉물’ 전락

황기환 기자 2025. 10. 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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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O 인근 콩코드·조선온천호텔 방치…국제행사 손님 눈살 우려
사유재산권 얽혀 정비 난항…지자체 차원 매입·활용 대책 시급
▲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행사장인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장기간 방치된 폐업 호텔과 텅 빈 상가들이 '흉물'로 변해 관리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시설이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불과 800m 거리에 인접해 있어, 세계 각국에서 방문할 손님들에게 경주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운영을 맡은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변 경관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유지인 핵심 시설들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공사에 따르면 콩코드호텔은 폐업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관리 손길이 닿지 않아 흉물로 방치된 상태다. 공사는 소유주와 연락을 시도하며 대책을 마련하려 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결국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림막을 설치해 최대한 모습을 감추는 임시방편으로 정비하고 있다.

문제는 또 다른 폐업 시설인 경주조선온천호텔이다. 콩코드호텔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 호텔 역시 운영이 중단된 지 오래이며,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현수막까지 붙어 있어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다. 더욱이 진입로 때문에 나무나 가림막을 설치하기 쉽지 않아 미관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단지 중심 상업시설인 보문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채 텅 비어 있으며, 한 업체가 매입 후 아웃렛 상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들 방치된 시설들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지척에 위치해 있어, 정상회의 기간 중 세계 각국 손님들이 오가면서 불가피하게 이 흉물들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는 경주의 도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관 정리를 위해 소유주들에게 공문을 보내고 연락을 취했지만, 조선온천호텔 등은 개인 소유의 땅이어서 공사 측에서 직접 강제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관계 당국이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 때문에 적극적인 정비에 나서지 못하고, 국제 행사를 앞두고도 임시방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의 대표적인 관광 특구이지만,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소유권 문제 등으로 인해 폐업 시설이 속출하며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보문단지 외곽에 자리 잡은 신라밀레니엄파크다. 문을 닫고 잡초밭으로 변했던 이곳은 APEC 정상회의 때 의전용 차량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로 결정되면서 최근 깔끔하게 포장 정비가 완료됐다. 이처럼 공공 목적 활용이 가능한 부지는 정비가 이뤄졌으나, 사유재산권이 복잡하게 얽힌 폐업 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PEC 정상회의 이후에도 경주를 방문할 관광객들을 위해 방치된 시설들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행정 유도나 장기적인 매입·활용 계획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