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2천만원" 유혹에…범죄도시 간 청년
"태국 콜센터는 감금 없어요"
해외 구직사이트 버젓이 모집
취업 문의하자 1분만에 답장
안전 보장해준다며 끌어들여
일부는 범죄 가담 알고도 출국
"처벌 피하려는 공범 구별해
그에 걸맞은 처벌 받게해야"

"특별한 경력 없어도 가능합니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제공해요."
해외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같은 문구가 붙은 '동남아 텔레마케팅(TM) 모집'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력이나 현지 언어능력이 없어도 "신입은 주급 300만~500만원, 경력은 1000만~2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이 구직자들을 유혹한다.
모집 글에는 '숙소·비행기·식사 무료' '신변 보호가 최우선'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도 된다'는 식으로 구직자를 안심시키는 문구도 버젓이 등장한다. 심지어 대놓고 "불법이지만 위험하진 않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14일 매일경제가 구인 글에 기재된 텔레그램 연락처를 통해 취업을 문의하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신이 왔다. 자신을 태국 방콕에 있는 TM 업체 관계자라고 밝힌 한국인 브로커 A씨는 "불법은 맞지만 감금이나 폭행은 없다"며 "폭행·감금은 캄보디아나 베트남 같은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어 나이, 전과 여부, 마약 경험 등 간단한 신원 정보를 물어왔다. 그는 "질 안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면 회사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바로 (한국으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브로커의 말을 믿고 현지로 향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권을 빼앗기거나 감금·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살해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폭행이 없다는 말에 속아 스스로 발을 들이는 순간 이미 조직의 통제망 안에 들어간 것"이라며 "이런 형태의 자발적 유인이 최근 유행하는 교묘한 범죄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고수익 일자리를 보고 불법인지 의심하지 않은 당사자의 책임도 있다는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물에는 "전문직도 아닌 사람에게 월 1000만~150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직업이라고 믿는 게 말이 되느냐" "몇 년 전부터 같은 범죄가 계속 발생했는데 검색도 안 해본 것 같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글이 적지 않다. 나아가 피해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범죄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것은 아닌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근거는 있다. 지난 7월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 18명을 구속한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검거된 18명의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해외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불법성을 인식했음에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종신고가 급증한 상황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실제 취업 사기를 당해 고문·인신매매를 겪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부 실종신고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자진신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가 접수된 330명 피해자 전원이 '피해자'인지 혹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해자가 섞여 있는지 정부가 면밀히 구별해 각각에 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이라는 사실이 발견되면 그에 걸맞은 처벌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피해자들을 무작정 비판하기 전에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박한 상황에서 브로커가 감언이설로 구슬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캄보디아행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기가 어렵고 취업도 안 되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을 준다고 하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있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자경 기자 / 양세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진짜 나도 복수해야지” 김건희 녹취 공개되자 국감장 술렁 - 매일경제
- [단독] “12시간 공항 노숙자 만들고 보상 없어”…대한항공 툭하면 ‘버드 스트라이크’ - 매일
- ‘3조’ 복권 당첨된 30대 미국 남성…돈쓴 곳 봤더니 - 매일경제
- “캄보디아에 준 돈이 얼만데” “군사작전이라도 해야”…연이은 범죄 강경 목소리 - 매일경제
- 간호사 2명 중 1명 인권침해 경험…가해자 1위는 이 사람이었다 - 매일경제
- “11조 벌었지만 170억만 낼께요”…글로벌 공룡들에 한국은 호구? - 매일경제
- JY의 통큰 결단…삼성전자, 실적 연동해 임직원에 자사주 지급한다 - 매일경제
- [속보] 경찰 “캄보디아 구금 63명 한달 내 전원 송환 목표” - 매일경제
- [단독] 솔라나, 웨이브릿지 손잡고 韓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나선다 - 매일경제
- 다저스, 김혜성 포함 26인 로스터 발표...투수 한 명 추가 [NLCS]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