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 표상 '백봉 라용균' 연구서 출간... "협상·타협의 정치 몸소 실천"
독립운동가 출신 제헌 국회의원 등 지내
모범적 의정활동 '백봉 신사상' 뜻 기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의회주의자 백봉(白峰) 라용균(1895~1984) 선생을 조명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라용균 전 국회 부의장은 1919년 일본 와세다 대학 재학 시절 '동경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로, 광복 후 제헌 국회의원으로 4선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한국 정치의 기틀을 마련한 라 전 부의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백봉 신사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백봉 신사상은 매년 모범적인 언행과 성실한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에게 수여된다.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은 14일 국회에서 '백봉 라용균 연구’(박영사) 출판 기념회를 열고 라 전 부의장을 기렸다. 저자인 김주용 원광대 부교수는 "라 선생은 임시의정원 시절 온화하지만 칼같은 모습으로 국회의원에게 게으르지 말라고 하며 탄핵을 했던 정치인"이라며 "엄중한 국권 상실 시대에 의원을 뽑았는데 국회에 출석하지 않고 딴짓을 하자 참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 열정과 온화함이 한국 정치의 큰 상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종찬 광복회장과 정대철 헌정회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라 전 부의장의 뜻을 기렸다.
진영을 넘어 국익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공동 저자인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광복 이후) 의회를 만들고 초기 의회를 지켜내고 의회 민주주의가 뭔지 몸소 보여준 분이 바로 백봉 선생"이라며 "민주당 구(舊)파였지만 신·구 구분을 하지 않고 여·야, 보수·진보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부의장실은 조정, 협상, 타협이라는 자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곳이었다"고 했다. '정쟁'이 일상이 된 현재 여야와 달랐다는 얘기다.

라 전 부의장의 아들이자 주일 대사 등을 지낸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는 "선친께서는 워낙 자기 얘기하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이셨다. 지역구 사람들도 집에 오지 못하게 하고 저희에게도 선거에 참여하지 않게 했다"며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대사가 아니라 국가의 일을 돌보라고 지역에서 뽑아 중앙으로 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는 백봉 선생의 호를 딴 '백봉 신사상'을 수여하고 있다. 출판 기념회를 주최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 전 부의장은 야당 지도자로 활동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금도를 지킨 정치인"이라며 "백봉 신사상은 의원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상인데, 상대방을 존중하는 신사적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한 의원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895년 전북 정읍 출신인 라 전 부의장은 동경유학생 독립 선언 참여 이후 상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을 지냈다. 독립운동가인 여운형, 김규식 선생 등과 함께 임시정부에서 일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해방 후 제헌 국회의원에 당선돼 보건사회부 장관,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이지원 인턴 기자 jiwon12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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