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영산강축제, 흥행·완성도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10.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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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조절지의 ‘변신’…영산강정원 닷새간 52만명 다녀가
생태·문화·경제 융합형 성공 모델 새 패러다임 제시
풀어야 할 숙제 여전…연예인 의존·지역경제 효과 미흡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전남 나주영산강축제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역대 최대 관광객 수를 기록한 흥행 뿐 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기획으로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나주영산강축제'는 지역의 문화 자산과 산업, 시민참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지역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화전남 나주영산강축제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역대 최대 관광객 수를 기록한 흥행 뿐 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기획으로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나주영산강축제'는 지역의 문화 자산과 산업, 시민참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지역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영산강정원에 마련된 축제장 ⓒ나주시

특히 홍수 조절지(저류지)를 정원으로 재구성한 시도는 '홍수 대비 시설의 문화적 재활용'이라는 도시계획 모델로서도 의미를 더했다. 축제 무대는 여름철 홍수 조절용으로 쓰이던 영산강 저류지 50만㎡였다. 대규모 정원으로 변신한 홍수 대비 조절용 저류지에 전국 각지에서 나주 인구(11만명)의 5배 가량인 52만 명의 발길이 이어져 '다목적 쓰임새'를 입증했다. 

나아가 지역 축제의 한계를 넘어선 '문화경제 융합형 성공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농업과 정원, 지역경제, 시민교육, 미래산업 홍보까지 다양한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번 축제는 '지역성과 대중성의 성공적인 접점'이라는 긍정적 반응 속에 단순한 관람형 행사를 넘어 '참여형 도시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일부 관람객은 '인구 11만의 소도시가 광역시급의 행사를 치뤄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뻔한 축제'가 아닌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경제축제로의 도약 미흡 등 부정적인 평가도 함께 있다. 

지난 8일 오후 나주영산강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초대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역대 최다 관광객 방문…"인구11만 소도시가 광역시급 일냈다"

우선 올해 영산강축제는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영산강정원 일원에서 열린 '2025 나주영산강축제'에 총 52만명이 방문했다. 역대 최대다. 지난해 36만명의 역대 최대 방문객 기록 달성한데 이어 보다 수준 높은 무대 연출과 오직 나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축제 콘텐츠를 기획해 나주 축제 흥행 공식을 정립했다

'영산강의 새로운 이야기, 지금 다시 시작 시즌 2'를 슬로건으로 닷새간 펼쳐진 축제는 어린이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모든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주무대 관객석은 물론 잔디광장까지 매일 밤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막 첫날부터 나주시 인구(11만명)의 1.5배가 넘는 15만명이 몰리며 영산강이 들썩였다. 주말에는 주차장 입구에서 입장로까지 긴 행렬이 이어졌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관람객이 축제장을 빠져 나가는 시간대에 나주 시내보다는 광주나 영암 방향 도로가 크게 붐빈 것을 감안하면 외지 관광객의 수가 상당수 차지한 점은 축제의 외연 확대 측면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개막일과 폐막일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가수들의 축하공연과 드론라이트쇼, 불꽃쇼가 더해지며 수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마지막 날 진행한 '2025 나주마라톤대회'는 1만2000여명이 참가하면서 축제 열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축제 기간 매일 밤 영산강을 무대로 펼쳐진 '영산강 뮤직 페스티벌'은 수많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으며 축제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 무대에서는 트로트부터 뮤지컬, 클래식,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문화 예술 공연이 이어졌다.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출연으로 매회 큰 화제를 모으며 SNS와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양적 증대 뿐만 아니라 질적인 완성도 또한 높아졌다. 축제는 '나주농업페스타' '전남도 정원페스티벌' '전국 나주 마라톤대회'를 하나의 행사로 통합해 진행하며 농업과 정원, 스포츠가 하나로 어우러진 복합문화축제로 지역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가을밤 영산강의 정취 속에서 펼쳐진 음악 공연은 문화와 자연, 감성이 어우러진 축제의 백미로 손꼽히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공연 이상의 공감과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주최 측은 영산강 정원 일대 28만㎡(약 7만평)에 코스모스 단지를 조성하고 징검다리·연꽃 데크길 등 걷기 좋은 동선을 마련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같은 공간 구성은 단순한 경관 감상을 넘어 방문객이 직접 걷고 머물며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정원축제'로 평가 받았다.

나주시는 "꽃내음 가득한 가을 정취와 더불어 풍성한 체험프로그램, 볼거리와 함께 지역 자원을 연계한 통합 콘텐츠로 전국 각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대한민국 대표 가을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공연 소름 돋아…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아"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도 "외지 상인과 대형 스피커로 온종일 노랫가락과 만담을 쏟아내는 각설이패의 공연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축제장에서 모처럼 작품성 있는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주 한 시민은 SNS에 올린 글에서 "작년에는 귀찮아서 안 갔고 올해는 혹시나해서 폐막식에 갔는데 공연 보고 소름이 돋았다.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며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운영 측의 통제에 잘 따르는 등 질서 있고 성숙한 관람문화를 보여줘 인상적이었다"고 적었다. 

올해 영산강축제의 핵심은 자연과 문화 콘텐츠의 결합이었다. 나주 출신 고려 태조 왕건의 비(妃) 장화와 왕후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왕후, 장화'가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정체성과 여성 서사를 결합한 이 공연은 나주 문화콘텐츠 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왕후, 장화 공연 장면 ⓒ시사저널 정성환

올해 축제의 핵심은 자연과 문화 콘텐츠의 결합이었다. 나주 출신 고려 태조 왕건의 비(妃) 장화왕후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왕후, 장화'가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정체성과 여성 서사를 결합한 이 공연은 '나주 문화콘텐츠 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나주의 역사와 문화 자산을 활용한 특색 있는 공연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나주시립국악단의 마당극 '나주삼색유산놀이'는 나주의 전통예술과 민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공연으로 남도의 멋과 흥을 돋웠고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며 나주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역민의 삶과 공동체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지역 향토 문화유산 '동강 봉추 들노래', 천연염색의 전통 기법에 현대 패션을 결합한 '천연염색 패션쇼' 등은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무대 예술로 승화시키며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영산강의 역사, 생태, 문화를 주제로 한 '영산강주제관'은 축제의 상징적 공간으로 단순한 전시를 넘어 스토리텔링 기반의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며 큰 주목받았다. 축제의 핵심 키워드 '영산강'을 중심으로 구성한 주제관은 영산강의 과거와 미래까지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나주의 정체성과 축제의 중심 가치를 시각적, 체험적으로 풀어낸 대표 콘텐츠로 올해 처음 선보였다. 

나주시는 지난 3월 27일 '2025 나주영산강축제' 총감독에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을 재위촉했다. 윤병태 시장과 박 감독이 위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주시

영산강의 가치를 전달하는 대표 상징 공간으로 단순한 즐길거리 중심의 행사가 아닌 도시의 뿌리와 정체성을 탐색하는 진정성 있는 축제임을 보여줬다. 이는 주민들이 축제위원회의 공급 구조에 기댄 흥미 위주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3회째를 맞이한 영산강 축제가 무수한 지역 축제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성공 모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한 문화계 관계자는 "축제장이 다양한 지역 문화의 공급 창구 구실을 해야 한다. 개막 주제 공연인 창작뮤지컬 '왕후, 장화'의 경우 극장이 아닌 야외무대에서마저 지역민의 고급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에 충분했다"며 "어느 축제든지 변별력을 가져야 경쟁력이 커지는데 지역성과 대중성의 성공적인 접점을 이뤄 낸 세계적인 공연 연출자 박명성 총감독의 기획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나주영산강축제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이끈 박명성(62) 총감독이 올해도 나주 대표축제 지휘봉을 잡았다. 1세대 뮤지컬 프로듀서로 《명성황후》 연출자인 박 총감독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82년 연극배우로 문화예술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40여년 간 무대감독, 연출가, 공연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현재 신시컨퍼니 예술감독이자 대표다.

박 감독은 지난해 나주영산강축제에 앞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폐회식(2023), FIFA U-20 월드컵 개막식(2017),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2015) 등 총감독을 역임하며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나주 영산강축제장 내 '영산강 미식관'과 푸드트럭은 다채로운 메뉴와 먹거리로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발 디딜 틈 없는 영산강 미식관 ⓒ시사저널 정성환

먹거리 장터·친환경 축제장…나주푸드 '산업화 가능성' 확인

축제장 내 '영산강 미식관', 푸드트럭은 다채로운 메뉴와 먹거리로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나주농업페스타'는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며 나주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 나주 푸드의 산업화 가능성을 가늠케 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행운소비 즉석복권 이벤트'도 축제 방문객의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유도하고 혁신도시, 원도심, 남평, 영산포 등 권역별 균형 있는 소비 활성화를 꾀하며 소비를 촉진하는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나주시 관계자는 "영산강축제는 단순한 유흥 행사가 아니라 지역 상권을 살리고 시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 경제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축제장으로서의 면모가 더욱 강화됐다. 축제장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본격적으로 정착되면서다. 푸드트럭과 영산강 미식관 등 모든 먹거리 부스는 전용 회수, 세척 시스템을 통해 다회용기를 수거하고 재사용했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도 자발적으로 분리수거와 회수에 동참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는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로 앞으로도 나주시는 친환경 정책을 축제 전반에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이 농업인들과 함께 특산물 판촉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나주시

지역경제 파급효과 '의문'…"숫자 52만 명만 남아" 혹평도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주민들의 축제장에서의 '트롯트 금단현상' 때문에 단칼에 절연하긴 어렵지만 숫자 위주의 관람객 동원에 치중해 대중가수나 연예인 의존도가 높은 점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예년에 비해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일부 평가에도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해 무의미한 '숫자 52만 명'만 남았다는 혹평도 뒤따른다. 

실제 축제 기간 동안 구도심 곰탕 거리를 제외하고는 상가는 오히려 축제 분위기와는 다른 음침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개최 의도를 무색하게 했다. 이에 일각에서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나주시가 상가 홍보 및 매출상승 효과를 창출하도록 더 노력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축제장 주 무대까지 긴 이동 동선으로 인해 방문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체험부스 및 공연장 호응 열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평이다. 이에 비해 진입로가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으면서 차량 통제마저 제대로 안 돼 축제가 다소 산만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축제 전용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아울러 축제를 찾는 이들에 대한 주차장, 화장실, 쉼터, 안내판,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했으며, 관광객들은 야간에 돌아보거나 참여할 프로그램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에게는 모두가 꼭 있어야 할 것들이다. 

질 좋은 숙박시설은 나주가 체류하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서도 찾는 이들의 성향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고 더불어 지역 발전으로까지 이끌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나주시는 내년에는 이동 동선을 재조정하고, 대중교통 연계 노선을 신설하는 등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영산강정원은 저류지를 홍수조절지로써 본래 기능을 살리면서 대규모 문화 행사 개최 장소로 활용해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명품 힐링 명소로 발전시키겠다"면서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2026 나주영산강축제'도 더 새롭고 풍성하게 준비해 새로운 영산강 르네상스 시대 나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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