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한복판의 20여년, 북스리브로 불 꺼지다… 오프라인 서점의 쓸쓸한 현실

유혜연 2025. 10. 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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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수원역 AK플라자 5층 북스리브로 매장. 본사 사정으로 영업을 종료했다는 안내문이 붙은 채, 서가와 진열대가 모두 비워져 있다. 2025.10.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기도 내 소규모 서점과 헌책방이 잇따라 문을 닫는 가운데 이제는 대형 오프라인 서점마저 시장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최근 본사 파산으로 수원역 AK플라자 내 북스리브로의 영업이 중단되며 20년 넘게 도심 한복판에 유지돼 온 독서와 만남의 공간도 한순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한 서점의 폐점을 넘어 책을 둘러싼 소비·문화 구조 변화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단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대형서점도 시장 변화 못 버텨… 북스리브로 수원점 폐점

14일 오후 수원역 AK플라자 5층에 위치한 북스리브로 수원점은 책이 모두 반출된 상태로 출입구에는 파산관재인 명의의 ‘동산 점유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모처럼 서점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 언제 없어졌냐”며 되묻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북스리브로 본사는 지난달 12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계열사 보증채무 부담과 매출 감소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원활하게 운영을 이어가던 각 지점들은 본사가 파산하면서 재고 반품과 임대 정리 절차 등을 밟고 있다.

현재 북스리브로 수원점과 백화점과의 임대계약 기간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K플라자 수원 관계자는 “점포가 언제 완전히 비워질지, 후속 입점이 서점이 될지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 사라진 건 서점이 아니라, 우리의 ‘책 고르던 시간’이었다

14일 오후 수원역 AK플라자 5층 북스리브로 매장 내부. ‘BEST SELLERS’ 코너를 비롯한 모든 서가가 비워진 채 텅 비어있다. 2025.10.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지난 1994년 설립된 북스리브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최대주주였던 회사로 알려졌다. 전국 8개 매장을 운영해왔고, 수원점은 2003년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개점과 맞물려 들어섰다. 백화점의 핵심층인 3층에 대형 매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초반엔 지역 향토서점을 위협한다는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지하 1층으로 이동, 5층으로 매장을 축소해 옮겨왔다. 핵심 동선에서 점차 비켜나고 규모가 줄어드는 식으로 변화해온 과정은 책 구매의 온라인 전환과 오프라인 체류 수요 감소라는 시장 구조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곳을 오랜기간 이용해온 시민들은 단순히 ‘책을 사는 장소’ 그 이상의 추억을 떠올렸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모(30대)씨는 “북스리브로는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책을 즐기는 ‘아지트’였다. 온라인 사이트는 사야겠다고 결심한 책을 주문하는 곳이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마음에 드는 책을 보고 고르러 가는 곳”이라며 “백화점 내에서 위치가 바뀔 때마다 찾아다니던 곳이었는데 사라져 무척 아쉽다”고 토로했다.

■ “서점의 종말이 아니라, 문화 인프라의 붕괴”… 디지털 전환이 남긴 그늘

지난해 10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수원역 AK플라자 지하 1층 북스리브로에 마련된 한강 작가 특별 코너. 시민들이 찾아와 관련 도서를 살피는 등 북적이던 모습. 2024.10.14/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현재 전국적으로도 오프라인 서점이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그 자리를 디지털 독서 시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오프라인 서점 수는 2023년 기준 2천48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3천589곳 대비 30%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2024년 출판시장 통계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주요 전자출판 플랫폼의 매출은 1조5천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종이책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가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지역에 자리했던 대형 서점마저 문을 닫는 상황은 한 도시의 독서문화를 지탱해온 물리적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짚었다.

조성면 문학평론가는 “북스리브로마저 문을 닫은 건 충격이다. 지역 서점의 위기가 대형 서점으로 번진 상황인데, 현재 책 판매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아 임대수입이나 문구 같은 부대수입으로 손실을 메우는 실정”이라며 “책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며 직접 고르고 만지는 경험이 줄었고, 광고나 화제성에 따라 선택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서점이 무너지면 문화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이고, 책이 주는 질감과 직접적인 소통은 어떤 매체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서점 운영을 대형 자본이나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는 게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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