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몇 알로 해결 안 됩니다"…식탁 먼저 점검하세요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5. 10. 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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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강 해치는 영양제 맹신
건강한 사람은 식단으로 충분
단백질 보충제 과다섭취 조심
질환 앓고 있다면 의사 상담을
챗GPT

40대 중반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몇 달간 극심한 피로감이 시달렸다. 영양제라도 먹으면 나을까 싶어서 매일 비타민 3종과 오메가3, 마그네슘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몸이 가벼워지기는커녕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불량이 심해졌다. 혹시 큰 병인가 싶어 병원을 찾은 결과, 기존에 복용 중이던 위장약과 일부 영양제가 서로 영향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먹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해졌다"며 "건강을 챙기려다 병만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이미 대부분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점"이라며 "밥과 고기, 생선, 채소, 반찬을 고루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비타민을 복용해도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근거는 없고 30만명을 20년 넘게 추적한 미국 연구에서도 생존 이득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건강한 사람의 영양제 의존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인의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특정 식품 기피로 인해 일부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영양제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라면 등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편식하는 생활이 늘면서 현대인들의 영양 불균형은 흔해졌다"며 "특히 어르신은 밥과 김치만으로 식사를 해결해 단백질이 부족하고, 젊은 층은 바쁜 일상 탓에 끼니를 거르면서 비타민·무기질이 부족하기 쉽다"고 말했다.

영양제를 선택할 때는 유행이나 광고보다 자신의 필요부터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우유를 잘 먹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칼슘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멸치나 요거트, 깻잎, 두부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경선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개인의 식습관이나 평균적인 섭취량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영양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비타민D처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영양소는 검사 결과 부족이 확인되면 음식이나 영양제, 주사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영양제를 임의로 먹기보다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영양제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체내에서 약물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C다.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비타민C를 과다 섭취하면 신장 결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약물 중 스타틴 계열은 본래 근육병증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약을 비타민B3(나이아신)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영양사도 "혈전 예방약인 와파린을 복용 중인 환자가 비타민K를 함께 섭취하면 약효가 떨어져 혈전이 생길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복용 여부를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제를 고를 때는 품질과 안전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는 '건강기능식품' 표시나 인증 마크가 부착된다. 인증 표시가 없는 제품은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량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1996년 진행된 연구에서 석면에 노출된 흡연자들에게 베타카로틴(비타민A 전구체)을 매일 투여한 결과, 사망률이 46% 늘어나 임상시험이 조기 중단된 사례가 있다. 김 교수는 "근력운동이 유행하면서 헬스와 동시에 단백질 보충제를 과다 섭취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운동 강도가 높은 젊은 층에서는 단백질 과잉 섭취로 인한 신부전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노인에게 근감소증은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단백질 섭취와 더불어 신체 활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정기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채 무작정 영양제를 사먹는 것은 돈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어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환자들은 예외적으로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특정 성분의 보충제를 따로 찾기보다 '엔커버'나 '뉴케어'처럼 시판되는 경구 영양보충음료(ONS)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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